- “닭 한 마리 하시지요!”
- 김나래 2023.9.10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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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 하시지요!”
2주 전에 저는 교단의 선교위원회 일로 과테말라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인상적인 한 장면을 소개하려 합니다. St. Pedro라는 작은 도시는 해발 약 2000m 높이에 있는 아티틀란이라는 큰 호수 곁에 있습니다. 그 작은 도시에는 성 베드로 성당이 있습니다. 성당 입구에 베드로 동상이 세워져있습니다. 베드로는 왼손에는 천국의 열쇠를, 오른 손에는 성경을 들고 있습니다. 그 동상 아래에는 “내가 너를 베드로라 할 것이다”를 말씀이 새겨져 있습니다.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는 신앙의 고백을 하고 이 칭찬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그의 신앙의 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 말씀하셨고, 그와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을 교회로 부르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는 곧 예수님으로부터 책망을 받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가 예수님의 선택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가 하나님의 뜻이 아닌 사람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고 책망하셨습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서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예수님은 미리 말씀하신 대로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최후의 만찬을 나누었고, 곧 자신이 잡힐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함께 있는 제자들이 모두 자신을 버리고 도망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베드로가 나섰습니다. “선생님, 다른 모든 친구들이 도망갈지라도 저는 결코 선생님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선생님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바로 이 때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닭’을 말씀하십니다. “내일 아침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하게 될 것이다.”
제가 소개한 St. Pedro 성당의 앞 마당에 있는 베드로 동상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베드로의 오른쪽 무릎 앞에 닭이 한 마리 놓여 있습니다. 베드로의 오른손에 성경이, 왼손에는 천국의 열쇠가 있는데 오른쪽 발 앞에는 그를 울렸던 닭이 함께 합니다. 베드로의 남은 평생의 기억에 함께 하고, 베드로가 가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함께 하는 닭입니다. 심지어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베드로는 고난 받으시는 예수님 앞에서 들었던 닭울음 소리를 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베드로에게는 바로 그 닭이 필요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신앙을 고백했을 때...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죽기까지 예수님을 따른다고 했을 때도....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 거듭 예수님을 부인하고 저주까지 할 때도.... 저는 그가 진심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진심.... 지극히 연약하고 어리석은 진심 말입니다. 고난이 없을 때 가장 아름다운 신앙인이지만 위기와 손해 앞에서 어리석음과 비겁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여러분과 저와 같은 사람의 마음 말입니다. 예수님은 그에게 닭을 선물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지 않으셨다면 닭은 그저 닭이요, 닭울음은 그저 소음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닭과 울음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베드로의 동상에 닭이 함께 있는 이유입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닭을 선물하시고 그 닭과 함께 사역을 감당하게 하십니다. 베드로가 가는 모든 길에 닭을 기억하게 하십니다. 그가 자신을 알 수 있고, 겸손할 수 있고, 자신이 무슨 고백을 했는지, 자신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도 닭 한마리가 필요합니다. 우리 시대에 하나님은 교회와 성도들에게 시대를 감당하는 선지자적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세상으로 보내심을 받은 사도적 전통을 잇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쁘고.... 연약하고.... 그리고 쉽게 잊고 살아갑니다. 눈 떠보니 예수님은 잡혀가시고 십자가는 이미 내 앞을 지나갔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삶에 허락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야하는데.... 내가 주님의 뒤를 따르고 있는지, 세상을 따르고 있는 것인지.... 내가 지고 있는 것은 십자가인지 세상의 염려와 근심인지 분간되지 않을 때.... 우리에게 닭울음이 필요합니다. 주님이 내 손에 허락하신 말씀과 열쇠가 내 삶을 인도하는 능력이 되고 등불이 되기 위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날마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주님은 닭 한 마리를 선물로 주시고 울음소리를 듣게 하십니다. 우리가 깨어야 하고, 돌아봐야 하고, 다시 우리 삶의 목적과 방향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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