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물어 봅시다. | 이응도 | 2017-0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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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 봅시다!’ 저는 김제동이라는 연예인의 팬입니다. 자기 의견이 뚜렷해서 좋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서 좋습니다. 얼마 전에 그가 진행하는 토크쇼에서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하나 봤습니다. 하얗고 고운 얼굴의 한 소녀가 엄마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엄마가 손을 들어서 무엇인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옆에 앉은 딸이 곧 심장 이식 수술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심장이 약해서 별로 높지 않은 계단도 올라가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토크쇼가 끝난 다음 혹시 제일 늦게 나가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싫다고 했습니다. 김제동이 그 소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이런 이야기 다른 사람하게 하는 게 괜찮아? 싫지는 않아?” 그러자 소녀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소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억울해서요!” 소녀는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엄마랑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어디를 가면... 저는 참 힘들어요. 그래서 노약자석에 앉을 때가 있어요. 너무 힘이 들어서 앉아요. 그런데 주변에 사람들이 저를 쳐다봐요. 너무 안좋은 표정으로... 쟤는 왜 어린 애가 저 자리에 앉는거지...? 라는 표정으로 봐요. 저는 약자고... 너무 힘들어서 앉은 건데, 사람들은 제가 건방지고 예의없는 아이라는 표정으로 차갑게 저를 봐요. 저를 나쁜 아이로 보시기 전에 왜 그러내고, 혹시 아프냐고 물어봐주면 좋겠어요. 몸이 약해서 억울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이 억울해요.” 그 소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제 마음에 지나갔습니다. 저는 비슷한 이야기들을 상담을 하면서 참 많이 듣습니다. “내 인생에 찾아온 불행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그 불행을 당하는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고 억울해요.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지만... 그래서 어쩔 수 없다지만 사람들은 저를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되잖아요. 왜 그런 눈으로 저를 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억울하고 아파요.” 김제동은 그 소녀에게 억울해하지만 말고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나 아파서 이런 거예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라고 예쁘게 말해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그 소녀도 알고 김제동도 알고 저도 압니다. 묻지 않고 판단하고, 불편하게 바라보는 일에 대한 책임이 그 소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예단하고 거친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런 일에 대한 피해자이기보다는 가해자가 될 때가 많습니다. 왜 우리가 가해자로 자신을 느끼지 않는가 하면, 본인이 피해자가 될 때는 많이 아파하고 불평하지만 가해자의 입장이 될 때는 느끼지 못하거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렇고... 또 때로 여러분이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참 부끄러운 일이 많습니다. 우리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일에 너무 많은 실수를 합니다. 전문가인척 하면서 가장 알지 못합니다. 자녀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성도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웃의 아픔을 수용하지 않습니다.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나의 과거의 기억이 다른 사람의 현재의 삶을 해석하기도 합니다. 목회자라는 이름으로, 상담자라는 역할로 오히려 마음에 아픔과 억울함을 남겼던 일이 떠오릅니다. 우리보다 낮은 자리에 내려가셔서 우리를 이해하고 용납하셨던 예수님을 믿고 전한다 하면서 늘 높은 곳에서 평가하고 판단해왔습니다. 참 많이 잘못했습니다. 억울한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들어줄 수 있는 낮은 마음과 설명할 수 있는 당당한 마음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생에서 만난 슬픔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돌부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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