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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이응도 2017-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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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말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오페라 좋아하시는 분들은 나비의 꿈이라는 작품을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인 윤이상씨가 작곡한 오페라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조국을 떠나서 독일에서 세계적인 음악가의 반열에 올랐던 그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나비에 자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꿈에 담아 만든 작품입니다. 장자에서 시작된 호접지몽나비의 꿈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의 도가 사상을 통해서 제물론’(齊物論)이라는 제법 고상하고 어려운 철학적인 주제까지 이어집니다.

 

하루는 장자가 꿈을 꿉니다. 자신이 나비가 되었습니다. 하늘을 훨훨 날다보니 너무 자유롭고 기뻤습니다. 그 꿈속에서는 자신이 장자였던 것을 조금도 기억하지 못하고 나비로서의 자유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그리고 문득 잠에서 깹니다. 장자가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어느 부분을 봐도 나비는 아닙니다. 그는 고민에 빠집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원래 나는 나비인데 지금 장자가 되어 살고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나비가 나의 실체인가? 장자가 나의 실체인가?

 

요즘 미국에서 성장한 중고등학생들이나 청년들은 장자라는 사람조차 처음 들어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요즘 영화에서 많이 차용되고 있습니다. ‘메트릭스인셉션혹은 아바타같은 영화를 생각해 보십시오.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존재합니다. 그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악한 세력은 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서 다른 세계의 영향력을 사용합니다. 장자의 호접지몽에 영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많은 가상의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장자의 호접지몽제물론’(齊物論)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설명하는데 사용됩니다. ‘만물제동’(萬物齊同), 즉 모든 만물은 결국 같다는 논리입니다. 나와 자연, 나와 너, 나와 세상이 결국 다른 경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본질은 같다는 것이지요. 결국 사람이 경험하는 부와 명예도, 슬픔과 기쁨도, 성공과 실패도 본질은 같은 것입니다. 나비일 수 있고, 사람일 수 있습니다. 나비였을 때의 슬픔이 사람일 때의 기쁨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 재물, 행복에 집착하지 말고 자연에 자신의 삶을 맡겨서 자유와 평안을 누리며 살자는 것(무위자연/無爲自然)이 장자의 사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운 말로 설명하고 있는 이러한 삶의 지혜가 한계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시간 앞에서입니다. 나비가 내 꿈을 꾸건, 내가 나비의 꿈을 꾸건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일정한 시간의 틀 안에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살아 있는 내가 꿈을 꾸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이 땅에 사는 동안 참 많은 꿈으로 자신을 속입니다. 꿈속의 나, 꿈을 이룬 내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모든 꿈을 이루고 그 화려한 꿈 속에서 찾은 자신을 자랑하려고 했던 사람이 바로 솔로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시간의 장벽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자신을 만족하게 하고 영광을 누렸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의 한계를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이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생의 고상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 장자의 논리여도 좋고, 솔로몬의 영광이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여정의 끝에 결국 사람은 시간이라는 장벽을 만나게 되고 시간을 넘어서는 그 어떠한 자유도, 평안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솔로몬이 깨달은 참된 지혜요, 노장 철학이 결국 도교라는 영원불멸을 소망하는 종교로 변화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됩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시간입니다. 시간의 경계에 설 때 우리는 시간에 대한 통찰이 많아집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90:12)라고 기도했던 모세처럼 우리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되고 허락된 시간을 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삶의 방향을 점검하고 내 안에 있는 가치들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시간마다 경계를 주시고 시간의 단위를 셀 수 있도록 허락하신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지금과 나중을 사람의 감각으로 구별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 세상에 규칙과 반복을 허락하셔서 우리로 하여금 모든 시간에 시작과 끝이 있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시간의 끝에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헛된 나비의 꿈이 아닌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따라 우리의 인생이라는 시간을 채워가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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