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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꽃이 아니어도 좋다" na kim 20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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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odaepa.onmam.com/bbs/bbsView/14/5240542

그대의 꽃이 아니어도 좋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여러분께 김춘수 시인의 이라는 시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실은 제게 있어서 이 시는 한 때 시인의 꿈을 꾸게 했던 대단한 시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간략하고 정제된 언어로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표현할 수 있을까...? 다시 시를 읽어드립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아직도 시의 전문을 암송하는 몇 안되는 시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시는 언어와 존재와 관계에 대한 시라고 해석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시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있습니다. 나의 이름과 존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주는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내가 참된 행복과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고백입니다.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이 시를 암송하면서 나도...누군가의 꽃이 되고 싶다...” ..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그렇게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이쯤 되다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도 그는 이미 꽃이었고,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지 않아도 나 또한 이미 꽃이 아닐까요? 사람이 다니지 않는 들판에서 이름없이 피어도 꽃이요, 푸른 들풀과 함께 하늘과 구름을 노래하고 있어도 꽃이요, 고속도로 씽씽 달리는 가을 길 코스모스도 꽃이요, 잘 가꾼 정원에 옹기종기 피어나도 꽃입니다. 화려한 장미도 꽃이요, 장미를 아름답게 꾸미는 안개꽃도 꽃이요, 잔디와 함께 자라는 클로버도 꽃입니다. 겨울 지나 화사한 봄과 함께 피어도 벛꽃이며, 추운 겨울 흰눈 속에 붉게 피어도 동백꽃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부르고 좋아해야 꽃이 되는 것이 아니라, 꽃으로 지음 받았고 꽃으로 살다가 꽃의 이름으로 지게 될 것입니다. 꽃은 스스로 꽃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부름이 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바람과 별과 구름 속에서 나는 이미 꽃으로 지음 받았고, 피어났고, 살고 있습니다. ‘이라는 시는 가만히 암송해 봅니다. 참 좋은 시입니다. 하지만 꼭 이 시처럼 되지 않아도 또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 꽃일 수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봄이 오는 온 들판에 스스로 꽃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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