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을 깎으며 | 이응도 목사 | 2011-09-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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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깎으며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손톱을 깎습니다. 내 몸에 내가 원하지 않아도 자라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나를 놀라게 합니다. 든든하게 주먹 쥘 만큼만 자라나면 좋은 손톱, 이렇게 자꾸만 자라납니다.
할머니 말씀이 생각납니다. 검정색 가위로 손톱을 잘라주시면서 혹시 살이라도 벨까봐 움츠리는 나에게 엄한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인석아! 손톱이 길면 못쓰는거야!"
지금도 내 삶에 자라나는 수많은 손톱들을 생각합니다. 내 삶을 든든히 지켜주던 것들이 어느새 더러운 때를 가득 품고, 날카롭게 세운 날로 상처를 줄 때면 싹뚝 싹뚝 시원스럽게 소리내던 할머니의 가위가 그립습니다.
손톱을 깎습니다. 나의 넘치는 부분을 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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