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하십니까? | 이응도 목사 | 2011-09-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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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하십니까?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던 그 시절에 나는 자주 해운대 동백섬을 찾았습니다.
장차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가진 믿음은 과연 진리인가? 고등학생이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마치 나만이 하고 있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바위에 앉아서 먼 바다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수평선처럼 마음이 고요해 지는 느낌, 그리고는 내가 좀더 큰 사람이 된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숨은 붉은 들장미 한 송이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도 이 꽃을 꺾거나 손댈 수 없어.... 내 꽃이야’
아마도 누군가가 그 꽃을 꺾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이 생겼습니다. 마치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해운대 바다는 내게 더 이상 평안을 주지 못했습니다. 동백섬은 더 이상 내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파도 소리는 유난히 시끄럽게 들렸고 갈매기도 밉게 보였습니다. 내가 하고 있던 고민들은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고, 나는 아무런 희망이나 가능성도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바다에서 얻었었다고 생각했던 평화스러운 마음은 장미 한 송이와 함께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렇습니다. 이 사람에게서 얻었던 기쁨을 저 사람 때문에 빼앗깁니다. 이 일로 얻었던 만족을 저 일 때문에 빼앗겨버립니다. 이것을 가지면 만족할 것 같았는데 저것을 가지지 못하므로 그 만족감마저 상실하게 됩니다. 내 삶 주변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통해서 때로는 안정감을, 때로는 위기와 불안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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