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동행 | 김나래 | 2021-07-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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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동행
미국으로 와서 공부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교수님이 한 분 있습니다. Paul Tripp이라는 분입니다. 수업시간마다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경을 상담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과정이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제가 이제까지 배우고 생각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성경을 보고, 탄탄한 신학적 해석을 해내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신학교를 마친 후에 그 교수님은 다른 신학교로 옮겨가셨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PAUL TRIPP MINISTRY라는 성경적 상담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잘 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난 주에 그 분이 쓴 책을 한 권 얻었습니다. 첫 페이지를 읽고 난 후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습니다.
제가 읽은 책을 잠시 소개하면 ‘고난’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그는 책의 서장에서부터 자신의 신장에 큰 문제가 생겼던 일을 고백합니다. 자신은 늘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건강식을 하고 있었고 외형으로 봐도 건장한 60대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몸에 가벼운 이상을 느낍니다. 가까운 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를 하고 돌아왔는데, 다시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의사들이 바삐 움직이고... 몸에 통증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장에 이상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만일 조금 더 늦게 병원으로 왔다면 신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었는데, 가까스로 신장 기능의 65%를 잃는 것으로 막았다고 했습니다.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거듭된 수술과 몸에 기구를 달아야 하는 치료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평생 단 한 번도 크게 앓거나 사고를 당한 적 없었던 그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육신의 연약함 앞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는 자신이 상담했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인생에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의 고난을 경험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그는 늘 답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라고, 하나님은 이런 목적으로 우리에게 고난을 주셨고, 그 과정을 통해서 우리와 교통하신다고 가르쳐왔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36시간 비명을 지르면서 수술대에 오르고, 수술 후에도 다른 사람이 그런 기구를 달고 있었을 때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던 보조기구를 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보면서 .... 그는 스스로가 비참했습니다. 수치를 느꼈고, 분노를 느꼈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수치와 분노와 두려움.... 그가 늘 타인에 대한 상담에서 다루던 감정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지금까지 두려움에 시달려 본 적이 없었다. 삶을 뒤바꿔 놓은 육체적인 고난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끔 걱정은 했지만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두려워하고 있다.... 고난을 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지만 고난의 때에 홀로 모든 어려움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 그 고통이 훨씬 가중된다.... 두려움이 마음을 지배하면 삶을 정확하게 보고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두려움으로 인해 관점이 뒤틀리면 자신의 어려움이 더욱 심하게 느껴진다. 나는 사람들을 상담할 때 두려움에 가득 차서 상황에 그릇된 방식으로 대응할 때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그렇다. 고난이 주는 두려움에 빠진 나는 그것이 하나님보다 내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사람과 동행하시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아마도 그는 평생 하나님과의 동행을 기도하며 사모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그는 질병이라는 고난을 만나기 전에도 좋은 목회자요, 상담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생의 여정 가운데서 누구나 다 경험할 수 있는, 자신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는 육신의 연약함과 고통을 경험하면서.... 그는 하나님을 더욱 깊이, 가까이 만났습니다. 그 고난의 시간에 동행하신 하나님을 그가 수치와 분노와 두려움의 격동 가운데서 만나고.... 그는 더 깊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최선이 최고의 결과를 약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은 늘 새로운 상황 속에 있고, 새로운 상황은 새로운 기쁨과 감사를 주기도 하지만 넘을 수 없는 고통의 장벽이 되기도 하고, 절망과 통곡의 벽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20세기 말에 만났던 IMF가 그랬고, 지난 해 함께 지나온 팬데믹의 상황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을 더욱 의지합니다. 고난 중에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걸음을 정하시고 그의 길을 기뻐하시나니 그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그의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시 37:2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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