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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 신드롬 김나래 202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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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odaepa.onmam.com/bbs/bbsView/14/6370577

피터팬 신드롬

 

오늘 한국에 와서 꼭 만나고 싶었던 목사님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 목사님은 제가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 입시를 위한 공부를 시작할 때 만났던 분입니다. 공부를 위한 자료를 좀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을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지인의 소개로 신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이 목서님을 만났습니다. 그의 첫 마디.... “응도씨는.... 하나님을 믿나요?”였습니다. 이어서 응도씨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요?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저는 금방....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꽤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 분의 성품이 서글서글하고 사람을 좋아했고, 나보다 5-6세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형과 동생으로 지내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저보다 1년 늦게 신학교에 입학했고, 다시 1년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늘 학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어렸을 때... 드라마에 나올 법한 불우한 성장의 과정을 거친 그 목사님은 신학에 들어서게 된 과정도 남달랐습니다. 일반적인 신학생들이 하지 않는 질문과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들과는 다른 선택을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신학대학 주변 영도지역에서 목회를 했는데 아주 모범적이었습니다. 성도들과 관계가 좋았고, 잘 섬겼으며, 목회의 본질을 늘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극단적인 노동자의 삶을 경험하겠다며 탄광으로 들어가기도 했고, 김진홍 목사가 이끌던 두레 공동체로 바람처럼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의 고민은 마치.... 막 잡아올려서 도마에 놓은 감성돔 같았습니다. 푸덕푸더덕 도마에서 몸부림을 치면서 살아야 할 길, 생명의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을 꿈꾸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하면서 질문을 찾았고,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책과 스승을 찾았고, 노력해서 공부하고 깨달으면 다른 사람과 말했고, 자신이 그 생각에 동의하면 삶을 움직였습니다. 제가 유학으로 공부하다가 20여년 전 잠시 들렀을 때 덕유산 자락에 귀농을 해서 가족들과 움막에 살고 있었고, 다시 들어갔을 남원에서 노인들로 가득한 교회를 섬기고 있었으며, 마지막 만났을 때는 사람과 지구어머니라는 기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피터팬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어른들을 말합니다. 신조어로 키덜트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동화에 나오는 피터팬은 어른들의 타락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서 영원한 순수를 간직하고 있는 네버랜드로 떠났습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영원한 소년.... 동화의 마지막에 웬디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이 모두 원래의 시간과 나라로 돌아갈 때 그는 영원히 네버랜드에서 소년으로 남기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이 말은 1980년대부터 미국과 일본, 한국에서 어른 사회에 진입하기를 거부하고 어린 아이와 같은 취미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이클 잭슨이며 한국의 연예인들 중에서도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 어린 아이의 마음, 상하지 않은 마음, 타협하지 않는 마음을 지키며 사는 소수의 피터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 의해서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에 피가 돌고 호흡이 돕니다. 그들에 의해서 우리가 돌아가야 하고 되돌아봐야 할 가치와 지향을 점검하게 됩니다. 저는 이 목사님을 만나면서.... “그래.... 피터팬!”을 외쳤습니다.

 

저는 이번 한국 여행에서 제게 있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외에 교단과 관련된 공적인 일을 해야 합니다. 많은 목사님들을 만나고 있고, 말과 생각을 섞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모든 목사님들은 자신의 목회와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네버랜드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소년이 아닌 성인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났던 그 목사님.... 여전히 피터팬입니다. 원론적인 질문을 하고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말은 현실세계의 언어가 아닌 네버랜드,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말입니다. 그와의 만남을 마음에 간직하고 그가 제게 던졌던 질문들을 곱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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