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의 눈물 - 10. 나는 노예입니다. | na kim | 2011-09-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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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는 노예입니다.
지금부터 나는 노예입니다.
아니 나는 먼저 죽임당했습니다. 형님들이 나를 구덩이로 밀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에 말라 죽거나 들짐승들의 밥이 되었습니다. 아니 그것도 아닙니다. 나는 이미, 이미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랑받고 싶고 정말 인정받고 싶었지만 나의 시선을 피하던 형님들 앞에 나는 아무 의미도 없었습니다. 알곡 옆에 심긴 가라지를 뽑듯이 형님들은 나를 그들의 삶에서 제거하고 말았습니다.
지금부터 나는 노예가 되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름을 잃고 가치를 잃고 사랑을 잃었습니다. 아버지를 잃고 사랑하는 동생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애타게 원하던 형님들의 마음 움켜쥐지 못한 채 두 손 꽁꽁 묶여 알지 못하는 곳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마른 광야, 걸을수록 더 멀어지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소망을 잃었습니다. 내 힘으로는 아무 변화도 만들 수 없습니다. 그 어떤 노력도 나를 위해 사용될 수 없습니다. 한 방울의 땀도 나를 위해 흘릴 수 없습니다. 단 한 순간도 내가 나의 주인이 되지 못합니다. 내 아무리 언약의 자손이라 해도 나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크고 귀하다 해도 형님들, 사랑받지 못했던 분노와 증오의 열매가 내 인생을 결정짓고 말았습니다. 걷는 걸음마다 눈물 고이고 내쉬는 숨결마다 신음 소리 들릴 것입니다.
나는 노예가 되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깊이 절망하는 것,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생명 서서히 죽어가는 것입니다. 노예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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