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길 - 7. 미리암의 노래
모세야,
나는 나일 강변을 달렸던 적이 있다.
10살도 되지 않았던 소녀였다.
혼절해 누워버린 어미와
이를 악물고 서 있는 아비를 뒤로 하고
갈대 상자에 둥둥 떠내려가는
100일된 너를 따라 젖은 갈대숲을 달리고 또 달렸었다.
강물은 이스라엘 어미들의 눈물로 더 깊어졌고
무기력한 아비들의 한숨으로 더 굽이 쳤다.
엄마, 아빠... 불러보지도 못하고
물고기의 밥이 되어야 했던 아기들의 울음 소리가
강물이 출렁이는 모든 땅에 울려 퍼졌다.
하나님, 듣고 계신가요?
하나님, 살아 계신가요?
하나님, 아직도 우리를 사랑하시나요?
하나님... 하나님...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알지 못했던 나는,
울었다. 달렸다.
꺽꺽.... 원망하고 원망하고 원망했다.
바로의 공주에게 너를 맡길 때,
어미를 깨워 소개할 때
그것이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었다.
너의 죽음을 보지 않은 것으로 감사했었다.
우리는 홍해를 지나왔다.
붉은 바다가 저편 애굽 땅 언덕에서
이편 시내 광야 언덕까지 출렁인다.
조금 전까지는 벽이었는데,
조금 전까지는 길이었는데,
두려움에 굳은 얼굴로 200만의 노예들이 지나오기까지
든든하게 지켜주던 붉은 성벽이었는데,
바다는
노예들의 목을 자르던 칼과
등짝을 파고들던 채찍과
식민지를 짓쳐달리던
정복자의 말과 병거들을 삼키고
으르릉, 으르릉 소용돌이치고 있다.
수백만 수천만의 신음들이 강물로 흐르고
하나님은 그 강물을 모아
정의의 바다로 덮으셨다.
모세야, 나는 이제 90의 노인이 되어
소고 치며 노래하며 춤을 춘다
죽음이 흐르던 나일 강변,
열 살 소녀의 절망의 질주가 아닌
구원과 심판의 해변에서
이스라엘의 모든 어미들과 함께
노래한다, 소리를 친다
춤을 춘다, 눈물을 뿌린다.
소고를 친다, 껑충껑충 더 높이 하늘을 날아오른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 나를 멀리 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시 22:1)
원망하던 이스라엘의 기도는
노래가 되고 춤이 되어
붉은 바다를 덮고 있다.
모세, 내 자랑스런 동생아
이스라엘의 어미와 아비는
살아남기 위해 너를 강물에 띄웠지만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너를 통해 그들을 구원하고
강물을 모아 바다로 애굽을 삼키셨다.
연약한 자의 신음에 응답하시는,
온 세상에 하나님이 출렁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