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0. 로마서 12장/기쁨의 공동체를 소망하며 3

“하나님의 기쁨이 될 수 있을까?”(롬 12:1)

얼마 전에 저는 아내가 아파서 병원에 함께 갔습니다. 건강 검진을 받은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에 저도 몇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어느새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소 신경을 써야 하는 몇 가지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내는 자기 아픈 것은 모르고 벌써 먹거리를 바꾸고 건강 보조제를 먹이고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고 난리입니다.

로마서 12장 1절 말씀에, 우리들의 몸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거룩하고 살아 있는 제물로 드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삶 자체로 로마서의 말씀을 어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기는커녕 아내조차도 꾸짖고 싫어하는 몸이 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거룩하기는커녕 의사 앞에서 문제 많은 몸으로 지적당하고 있습니다. 통통 살아 있어서 제물로 드려져야 하는데, 점점 힘도 없어지고 병도 생기나 봅니다. 이런 제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물로 저 자신을 드릴 수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 몸을 훼손시키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닙니다. 환경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닙니다. 제가 건강하고 아름답게 저 자신의 몸을 지키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세월’입니다. 20세 이후부터 사람의 신체가 노화되어 간다고 하던가요? 저 역시 그것을 거스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14살된 아들 가일이가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봅니다. 자신의 신체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을 수가 없습니다. 상체를 탈의하고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춰보다가 자주 들키곤 합니다. 가슴 근육과 어깨 근육을 좀 더 만들고 싶어서 집에 있는 운동 도구만으로 부족하다고 더 많이 사달라고 조르고 있습니다. 키가 벌써 저만 하고, 제법 힘도 셉니다. 아마도 곧 힘으로도 저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듭니다. 성장이란 이래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사람을 성장하게만 만들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도 이제 마음껏 할 수가 없고, 잠이 조금 부족하면 하루 종일 정신없이 지내게 됩니다. 예수님의 몸이 교회도 그렇습니다. 좋은 마음, 거룩한 열정으로 시작했던 교회들입니다. 주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십자가에 대한 깊은 감사가 있었습니다. 그런 교회가 세월에 몸을 싣습니다. 노화와 각종 성인병이 교회에도 찾아옵니다. 계속 성장하는 교회, 계속 새로워지는 교회는 불가능한 것일까요? 선교와 성장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찼었던 한국 교회의 오늘날의 노화된 모습을 보십시오. 노화와 성인병 이후에 예상되는 결과는 무엇입니까?

또 하나, 제 몸을 훼손시키는 것은 저의 욕심입니다. 저는 식탐이 좀 있습니다. 이번 건강 검진의 결과 중에서 중성 지방이 제법 높다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닙니다. 요즘 들어 제가 가장 많이 즐긴 음식이 있다면 첫째는 커피 믹스와 둘째는 ‘버팔로 윙’(Buffalo wing)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있거나 사람을 만날 때나 사실 커피 믹스만큼 맛있고 간단한 게 없습니다. 저는 꼭 두 개를 한꺼번에 마시고 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셨습니다. 지난 연말연초 교회 일이 많아서 더욱 그랬습니다. 윙을 비롯한 튀김 종류도 그렇습니다. 어디를 가나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것이 고소한 튀김 종류입니다. 둘 다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한 유혹이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나가는 일에 분명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유혹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저희 교회가 임직을 할 때 한 목사님이 제게 물었습니다. 이번 임직을 하면서 교회에 시험이 없었느냐는 것입니다. 임직하기 얼마 전에 교회당 건물을 구입한 일도 있고 하니 분명히 큰 시험이 있었을 것이라 말씀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 이민 교회가 참 피해가기 어려운 불량 식품이 있다면 직분에 대한 욕심과 건물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입니다. 분명 우리들에게 필요하고 은혜로 주어진 것이라고 고백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교회들이 직분과 교회당 건축에 병들어가고 있습니까? 적당하게 먹고 마시면 좋을 음식들, 적절하게 사모하고 열심을 품으면 좋을 직분과 교회당.... 우리는 그 정당함을 잘 지켜내고 건강한 몸과 교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마지막 하나 제가 반성하는, 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일은 제 안에 있는 갈등들입니다. 운동을 하면 좋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좀 더 자고 편하게 있고 싶습니다. 건강한 식품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입에 당기는 대로 먹고 싶습니다. 좋은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여전히 어려서부터 지켜왔던 잘못된 생활 습관에 익숙합니다. 교회도 그렇습니다. 성도와 성도가 거룩한 사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시기와 질투가 있습니다.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옛사람을 지키려 하고 교회는 점점 퇴보합니다. 바울이 로마서 7장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오호라, 나는 정말 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라고 탄식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영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건강한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내게 유익한지 안다고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합니다. 교회와 가정과 성도가 어떻게 하는 것이 모두가 유익한지 알면서도 우리는 나 자신을 포기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함께 쓰러집니다.

이런 나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나와 나와 내가 함께 모여 하나님의 몸되신 교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기쁨이 될 수 있을까요?

1.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까?

롬 12:1의 말씀에 근거해 본다면 우리는 성공적인 삶의 두 가지 기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몸’에 대한 두 가지 해석에 근거합니다. 첫 번째 기준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고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바울이 제시하는 하나님께 드려지는 세 가지 조건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살아있는’ 입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은 모두 하나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의 성공의 여부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갈 길을 선택하고 우리 자신을 평가할 때 하나님의 시선, 하나님의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요? 하나님은 나에게 어떤 삶을 원하실까요? 하나님은 지금의 나를 기뻐하시고 내일의 나를 받아주실까요?

성공적인 삶에 대한 또 하나의 교회에 관한 것입니다.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나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를 세우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 인생에 가장 가치있는 목표가 여기에 있습니다. 공동체,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 살림과 나눔이 있는 공동체를 세우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성도로 부르시고 함께 만나게 하신 목적입니다. 세상적 관계에서 교회적 관계로의 변화 – 그것은 우리 모든 사람의 관계의 중심에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는 것이고, 우리가 십자가로 말미암아 변화된 삶의 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까? 이 대답은 우리가 과연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과 같습니다.

2. 건강한 몸을 해치는 세 가지 질병

그렇다면 이러한 성공적인 삶, 성공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일을 우리는 왜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트랩에 쉽게 빠집니다.

1) 노화

우리의 육신과 마찬가지로 교회 또한 노화와 성인병에 시달립니다. 그 교회의 역사의 길이와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교회가 가진 영적인 정서와 사귐의 문화와 관련이 있고, 공동체가 합의하는 역사의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100년을 넘어 200년으로 가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노화증세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복적인 신앙과 유교적인 권위의식, 역사의식에 대한 무지가 한국 교회 전반에 걸친 노화의 성인병의 징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람의 몸은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의식과 영적 지성은 하나님을 만나는 날까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 또한 그러합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한 교회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 – 우리가 함께 고민하며 연구하며 기도해야 할 과제입니다.

2) 그릇된 열심

우리는 지금 과영양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살기 힘들다,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우리는 먹을 것을 줄여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살을 빼지 않으면 건강에 적신호가 온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몸 안에 공급하는 일은 오히려 우리의 몸을 죽이는 일입니다.

교회의 성장에 대한 열정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교회 안에서 섬기고 헌신하는 지체들의 조절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열심도 그러합니다. 그것은 마치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입맛을 따라 배를 불리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곧 질병이 찾아오고 곧 먹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놓아야 할 위기를 당하게 됩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개인의 성공과 교회적 사역에 대한 오해들이 발생하는 일들을 자주 봅니다. 개인의 성공적인 삶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그것이 공동체에 해가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몸입니다. 하나님의 소원이 이뤄지는 곳이며 그 속에서 우리의 기쁨고 행복도 있어야 합니다.

3) 시기와 갈등

사도 바울의 탄식의 원인이 되었던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열정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교회 안에도 함께 있습니다. 서로 갈등하고 분쟁합니다. 롬 9-11장에서 나타난 그 시대 로마 지역에 있던 가정교회들에 나타난 주된 갈등은 공동체 안에 있는 유대인과 이방인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초대교회에 가장 보편적인 갈등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 각 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갈등도 이와 유사합니다.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에 집착하고 복음을 자신들에게 맞게 보다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습니다. 하나님의 몸된 교회에 지체된 성도들의 갈등, 이것만큼 하나님의 괴로움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며, 이것만큼 사탄의 기쁨이 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옳은 지를 끝까지 싸워 보여주는 것보다 차라리 패배와 양보 속에 화평을 이루는 것이 사탄의 계략을 이기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길입니다.

3. 탄식과 감사, 나와 예수님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사도 바울은 자신에 대해 절망한 사람입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라는 표현은 “이 망할 육신, 이 못난 죄인.... 나는 정말 절망적인 사람이구나...‘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바울은 자기 안에 있는 참으로 악하고 연약한 두가지 본성을 바라보면서 자신에 대해 한 없이 절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소망을 발견합니다. 성경을 봅시다.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롬 7:21-25)

24절에서 바울은 자신에 대해 한없이 깊은 탄식을 합니다. 그러나 25절에서 그는 예수를 생각합니다. 예수로 말미암아 그는 탄식이 아닌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 은혜와 사랑이 참으로 놀랍다는 것입니다. 비록 내가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게 될지라도 하나님이 나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비록 그 어떤 성도가 연약하고 부족한 삶을 부끄럼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해도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깊은 탄식과 하나님에 대한 무한한 감탄... 우리는 결국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해 하나님을 더욱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찬양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를 함께 불러 봅시다. 이 찬양대로 우리의 소원이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삶, 가정,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비록 우리를 가로막는 것들이 많지만 우리의 소원을 사도 바울의 권면에 두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우리 자신과 교회 공동체를 드릴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더욱 사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