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우리 아들을 어떻게 보고..." | na kim | 2011-09-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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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 아들을 어떻게 보고..."
어릴 적 저는 싸움을 꽤 많이 했었습니다. 싸움을 할 때마다 가장 겁이 나는 것은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성탄절 준비로 교회가 바쁠 때였습니다. 제가 살던 해운대의 윗동네 운촌이라는 곳에서 한 무리의 친구들이 교회로 왔습니다. 교회당에 와서 와글거리는 것을 보다 못한 저는 그 중에서 6학년 친구 하나를 패주었습니다. 당시 제 생각으로는 그 친구가 분명히 잘못했고 저는 ‘정의’의 편에서 그 친구를 혼 내줬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저는 아버지와 그 친구 부모 앞에서 그 친구에게 잘못을 빌어야 했고, 밤 늦게까지 종아리를 맞아야 했습니다. 제 기억에 친구들과의 싸움이 부모님의 귀에 들어갔을 때 단 한번도 부모님이 저의 편을 들어준 적은 없었습니다. 참 억울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그런 억울함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다 해결되었습니다. 하루는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 놀고 있을 때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집에서 한 아주머니가 저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집 마당에 중요한 물건을 놓아두고 대문을 열어두었는데 그 물건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집 주변에서 놀고 있었던 저희들을 의심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의심을 받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통 하나가 더 컸었고 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저를 다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억울하고 난감했습니다.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너희 집에 가자. 너희 부모를 만나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당당하게 교회당 옆에 있던 사택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머니가 나오셨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얘가 앞 마당에 놓아둔 물건을 들고 갔어요.” 저는 정말 큰 일 났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싸움만 해도 벼락이 떨어지는데 물건이 없어졌다니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다 들은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어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이 아주머니의 말이 사실이냐?” 저와 같이 따라갔던 한 두 명의 친구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제게 물어보셨고 저는 결코 물건을 훔치지 않았노라고 대답했습니다.
어머니는 그 아주머니에게 돌아서서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물건을 찾아보시지요. 저희 아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얘가 제 앞에서 하지 않았다면 하지 않은 것입니다.” 어머니의 조용하면서도 굳은 표정에 그 아주머니는 주춤거리면서 다시 알아보겠다며 돌아섰습니다. 어머니는 함께 온 친구들과 제가 먹을 것을 주셨고 우리는 계속 어울려 놀았습니다.
지금도 그 때 어머니의 표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아… 비록 내가 개구쟁이지만 어머니가 나를 믿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를 믿어주는 어머니가 자랑스러웠습니다. 괜히 가슴이 나오는 것 같고 어깨가 우쭐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전에 친구들과 싸움을 하고 혼이 났던 모든 기억은 다 사라졌습니다. 모든 불만과 의문도 사라졌습니다. 나는 정직함을 인정받는 아들이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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