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말이 안통한다구요?”
어제는 두시간 가량 어떤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아들을 불러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려 해봐도 짜증만 낼 뿐 도무지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말이라도 할라치면 “I don’t know.” “I don’t care.”라는 말만 짜증과 섞어서 반복할 뿐 도저히 마음을 열지도, 눈을 맞추지도 않는다고 했습니다.
“목사님, 내가 늦게 그 녀석 하나 낳아서 저 하나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는데 아무리 생각이 없고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어떻게 나를 이리도 실망시킬 수가 있단 말입니까? 내 아들이지만 너무 합니다. 이야기를 하려고 해도 말이 통해야 말이지요. 늘 화만 잔뜩 내고 뛰쳐나가 버리고 도대체 이제 내가 무슨 희망으로 살아야 합니까?”
C.S. Louis라는 작가는 사탄이 성도를 유혹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어머니와 아들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신실한 크리스찬입니다. 이 두사람을 유혹하고 시험에 빠뜨리기 위해 사탄은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이 가정을 맡은 초보 사탄은 이 가정에 시련을 주기로 결정합니다. 마침 세계 2차대전이 발발했고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서 죽여 버리면 어머니가 신앙을 잃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고참 사탄이 나타나서 초보 사탄을 꾸짖습니다. 시련과 고난은 성도들을 오히려 강하고 담대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런 계책을 알려줍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도록 방해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고참 사탄이 일러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식사가 다 준비되었는데도 아들이 내려오지 않자 어머니의 마음에는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은 늘 이래…. 게으른 녀석….’ 어머니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이층에 있는 아들 방을 향해 소리칩니다. “얘, 뭐하니! 아침 안 먹고!”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어머니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어휴… 어머니의 저 짜증섞인 목소리… 내가 아침마다 저 목소리를 들어야 하나…’ 아들은 투덜거리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그러자 아랫층에서 다시 찢어지는 소리가 들입니다. “뭐하닛! 빨리 안내려오곳!” 아들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왜 아침부터 화를 내고 그래요. 내려 가욧!” 식탁에 마주 앉은 두 사람의 얼굴은 굳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말을 꺼냅니다. “넌 왜 그렇게 게으르니? 좀 일찍 일어나서 어머니 좀 도와주면 안되니?” 아들은 어머니의 얼굴을 노려 보다가 숟가락을 놓습니다. ‘또… 또… 또… 잔소리… 어휴… 저 잔소리…’ 아들은 휙하니 집을 나가 버립니다.
고참 사탄은 초보 사탄에게 이 장면을 보여줍니다. 굳이 그 모자에게 고난을 주지 않아도,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 마음 속에 상대방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그 고정관념이 관계를 결정하도록 만들면 된다는 것입니다.
약 2시간 가량 그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난 다음 저는 너무 큰 피로를 느꼈습니다. 마음에 무거운 짐을 얹어 놓은듯 답답했습니다. 어머니의 가치관, 이야기하는 방식, 그리고 자녀에 대한 어머니 중심적인 사랑이 상담자인 저에게도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도대체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 어머니는 대화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문을 열지 못할 것입니다. 자녀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자녀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껏 지켜온 생각과 대화의 방식으로 다시 아들의 마음문을 두드리는 것은 아들의 마음 속에 있는 두텁고 높은 담을 더 견고하게 만들 뿐입니다.
자녀와 대화가 안된다구요? 예, 그렇습니다. 요즘 우리들의 자녀 세대는 이미 부모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화를 해야 한다구요? 그렇다면 대화 이전에 부모들의 마음 속에 쌓여 있는 자녀들에 대한 수많은 기대와 실망들, 감정적인 불편함들, 부모 세대의 묵은 가치관들, 익숙하고 그러나 불편한 표현 방식들을 먼저 고려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먼저 부모의 마음 속에 있는 장벽들을 걷어 내고 자녀의 마음의 높이에서 대화를 시작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모든 자녀는 모든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합니다. 여러분이 자녀는 대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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