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자녀의 문제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가끔 제 아들을 볼 때마다 어릴 때 제 생각이 납니다. 어릴 때부터 목회자의 자녀로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서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늘 불편했었습니다. 마음 속으로는 하고 싶은 말들이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지만 선듯 내가 하겠노라고 나서는 일에 쑥스러워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장 선거를 하거나 중고등학교 때 교회 활동을 하면서도 한번도 스스로 무엇을 하겠나고 나선 일은 없습니다. 대부분 못이기는 척 등 떠밀려서 일을 맡게 되거나 혹은 못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저의 성격이 마음에 걸렸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한번은 친구들의 어머니들끼리 모여 있는 자리에 우연히 앉게 되었습니다. 자주 말썽을 피우는 친구의 어머니 한 분이 그 자리에 있던 저를 칭찬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유… 응도 어머니는 무슨 걱정이세요. 우리 애도 이렇게 착하게 말 좀 잘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 하셨습니다. “아녜요. 저는 응도가 XX 처럼 좀 적극적이고 깡다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키만 컸지 부끄럼도 많구요, 또 물러가지고 나중에 뭐가 될지 모르겠어
요.”
그 자리는 참 오랫동안 제 기억에 남아 있었습니다. 저에 대한 어머니의 평가를 처음으로 듣는 자리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매를 맞은 기억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그게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저 자신에 대해서 ‘아… 나는 정말 걱정되는 성품을 가졌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머니께서 그 자리에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말썽을 자주 피우는 친구의 어머니를 겸손하게 위로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때로 그런 표현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어린 자녀들의 마음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자녀들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 자녀들에게, 혹은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십니까? 자녀의 문제를 숨기고 묻어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 자녀의 문제를 무조건 드러내는 것 또한 능사는 아닙니다. 자녀를 원만하고 온전한 성품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으로 양육하기 위해서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발견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수정하고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볼 때 여러분은 과연 어떻게 숨겨진 자녀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까?
저는 너무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문제를 감정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를 봅니다. 자신의 실망 혹은 분노의 감정에 실어서 자녀를 쉽게 절망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너는 이 녀석아,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냐? 어떻게 너 같은 녀석이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이 녀석아, 왜 사냐? 이 녀석이 못된 건 다 지 애비를 닮아서… 어떻게 이렇게 지 애미 성격을 꼳 닮았냐? 이 바보 같은 녀석아! 동네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들고 다니겠다. 엄마 말 이렇게 안들으려거든 차라리 죽어라! 죽어! 아유, 저는 정말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죽겠어요. 그렇게 곱게 잘 자라주면 얼마나 좋아요. 이 녀석 때문에 우리는 아주 죽을 지경이예요. 이 녀석 좀 누가 데려 갔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으면 돈을 얹어 주고서라도 팔아버리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들은 제가 최근까지 상담을 하면서 들은 이야기들입니다. 상담을 한 부모님들 중에서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님은 아무도 없었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이런 자녀에 대한 이런 표현에 익숙했습니다. 놀랍게도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이런 말들을 듣고 자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바르게 자라줄 자녀는 없습니다. 자녀에게 매를 들거나 훈계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부모로서 안타까운 나의 감정을 풀어버리는 데 있습니끼? 자녀를 변화시키는데 있습니까? 그 목적이 자녀를 변화시키는데 있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말 한 마디, 우리가 던지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자녀의 문제를 지적하고 드러낼 때 그것이 자녀의 부끄러움을 자극하고 수치심을 유
발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녀가 문제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먼저 자녀가 기본적으로 가진 성품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 성품에 맞는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작은 도전부터 주기 시작하고 일정정도의 과정 속에서 천천히 변화를 맛볼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되 그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목적에 맞는 방식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드러내자는 것입니다. 어렵습니까? 그렇습니다.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 있는 자녀를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성품은 어쩌면 인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내는 늘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열매는 자녀의 변화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