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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정말 사랑일까?” 이응도 목사 20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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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정말 사랑일까?”

                                                                                                        이응도 목사

중고등부 시절 우리를 지도하던 전도사님은 성경에 나온 사건이나 주제에 대한 토론을 종종 시키곤 했습니다. 한번은 인간의 원죄에 대해 아담과 하와 중 누구에게 더 큰 잘못이 있는가? 라는 주제를 제시하셨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한 여학생의 독특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주장이 많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주장인즉슨 하와의 그런 행위는 아담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이 발견한 맛있는 것, 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나누어 주고 싶어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범죄하기는 했지만 하와의 아담에 대한 사랑을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담의 가장으로서의 무책임에 대한 비난과 하와의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랑에 대한 동정이 계속됐습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자신이 발견한 가장 맛있는 그 무엇을 주고 싶어 했다는 것 – 어쩌면 설득력이 있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동정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왜 옳지 않은지 우리는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하와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담에게 선악과를 따서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파멸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사랑으로 나눠야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사랑하기 때문에 결코 나누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승민이(가명)는 대인관계에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친구들을 독점하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친구를 사귈 수가 없습니다. 새 친구를 사귀면 지나칠 정도로 그 친구에게 잘해주다가 그 친구가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실망합니다.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헛소문을 퍼뜨리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다투기도 합니다. 결국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해 학교까지 옮겨봤지만 승민이가 만들어내는 친구들과의 관계는 그리 원만하지 못했습니다.


승민이는 아주 어렸을 때 큰 병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승민이의 부모님은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승민이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늘 그 때의 이야기를 하면서 승민이에 대한 이해를 구합니다. “그 때 승민이가 너무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애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금도 가끔씩 자다가 비명을 지르며 깬다니까요. 이해해 주세요. 어려서 친구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해서 아마 지금까지 그런 것 같아요. 항상 병원에 있다 보니 부모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얼마나 불쌍해요.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때로 승민이의 친구들을 불러서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승민이의 상태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어려서는 몸이 아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마음’에 심각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 병은 승민이가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어려서 병을 앓으면서 부모의 무조건적인 동정을 받아왔고, 성장하면서 그 동정에 근거한 분별없는 사랑만을 받아온 승민이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모든 사람이 부모가 자신에게 준 사랑을 주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대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승민이가 받아온 사랑과 관심은 늘 그런 방식이었기 때문에 청소년이 되어서도 유아기적인 ‘관계 형성’의 수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승민이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고 큰 사랑을 쏟았습니다. 그 사랑으로 죽을 줄로 알았던 승민이를 살려냈고 건강하게 키웠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다시 승민이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 절제되지 않고 분별력 없는, 차가운 지혜가 없는 사랑이 승민이의 마음의 밭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불쌍하잖아요….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내려 앉고 눈물이 쏟아져요.” 눈물을 글썽이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승민이의 어머니를 만나면서 이 상담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고 희생한다는 이유로 모든 사랑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지혜가 없는 사랑, 분별하지 못하는 사랑은 오히려 사람을 황폐하게 하고 관계를 깨뜨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금 하와가 되어 사랑하고 사랑하는 아담에게 ‘선악과’를 내밀고 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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