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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내 말 좀 듣게 해 주세요” 이응도 목사 201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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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내 말 좀 듣게 해 주세요”

상담을 요청하시는 부모님들 중에서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애가 제 말을 안들어요. 목사님, 애 한테 말을 잘 좀 해서 제 말 좀 듣게 해 주세요."


이런 요청을 받으면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부모님들에게 제가 가장 먼저 말씀 드리는 것은 자녀로 하여금 ‘부모의 말을 듣도록 하는 것’이 상담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자녀에 대해 원하시는 그 어떤 것이 그 자녀에게 적합하거나 유익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자녀를 내 뜻대로 CONTROL하기 위해 상담자를 찾아왔다면 어쩌면 그 상담은 이미 실패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는 이미 독립적인 인격을 갖춘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고 다른 누구로부터도 CONTROL받지 않으려는 의지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말에 상담했던 성우의 경우도 이와 같았습니다. 성우는 올해 12학년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어서 부모님은 좋은 대학에 좋은 학과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은근히 의대에 진학할 것은 권했습니다. 한인으로 미국 주류 사회에서 성공하는데 의사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성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엔지니어링에 어려서부터 매력을 느껴왔고 취미도 같은 방면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성우 부모님은 그런 성우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성우 부모님 세대에서 엔지니어와 의사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성우 어머니가 상담소에 찾아왔습니다. 성우 자랑을 많이 했습니다. 도대체 왜 상담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성우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목사님, 우리 성우 한번 만나 주세요. 그래서 이렇게 말씀 좀 해 주세요. ‘미국에서 한국 사람이 먹고 사는데 의사만큼 좋은 것은 없다. 엔지니어가 얼마나 힘 든 줄 아느냐? 손에 기름 묻히는 것과 그 손으로 사람 치료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을 것 같으냐? 그러니까 부모님 말대로 의대에 진학하도록 해라.’ 이 녀석이 우리 말은 고리타분하다고 안들으니까 목사님이 대신 말씀을 좀 해주세요. 이러다가 우리 성우 정말 공대에 갈 것 같아요.”


죄송하지만 저는 성우 어머니께 제가 도와드릴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성우가 원하면 공대를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성우 어머니는 역정을 내시고 상담실을 나갔습니다.


이전에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를 부모님의 소유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심하게 매를 들 때도 “내 자식 내가 패는데 누가 말려!”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르치는 가족관계는 더 이상 그런 소유관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녀는 이미 독립적인 인격입니다. 이것이 성경적으로도 많은 부분 옳습니다. 물론 자녀에게 선하고 아름다운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소원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자질을 개발하고 좋은 성품으로 자라도록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자신의 것으로 선택하고 성장해 가는 것은 결국 자녀들 자신입니다. “분명히 이것이 더 좋은데 왜 그것을 선택하는가?”라고 하는 질문은 ‘개인주의’를 가장 중요한 삶의 방식으로 가르치는 현대 사회 속에서 타당성을 상실합니다. “내게는 이게 더 좋아요. 그게 그렇게 좋으면 어머니가 하세요. 나는 그게 싫어요.”라는 대답을 들을 뿐인 것입니다.


어쩌면 자녀를 내 뜻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키우겠다는 것은 부모 스스로가 자신에게 속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부모 역시 그들이 부모의 뜻대로 살지는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부모의 뜻에 좌지우지되다가 결국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야 할 때 혼란스럽고 당황하게 되는 것보다는 어려서부터 부모 혹은 여러 어른들로부터 ‘자신이 평생을 두고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하도록 훈련 받고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 좋은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요? 시키는 대로 하는 자녀보다 스스로 선택하는 자녀가 더 성숙하고 더 준비된 삶을 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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