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4.
* 본 문 : 행 19:21
* 제 목 : 하나님의 마음으로 가는 길
지난 한 주간 이제 눈 앞에 다가온 단기 선교를 준비하면서 “왜 하필이면 ‘나바호’일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단기 선교를 계획하고 준비해서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고, 이제 이 예배를 마치면 22명의 단기 선교팀이 선교지를 향해 출발하게 되는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으면 좋겠습니다.
1.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추억하며
저는 사실 선교에 그리 큰 관심을 가진 목회자는 아니었습니다. 가까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과 헌신이 제게는 먼저 와 닿았습니다. 그런데 2004년 1월에, 저희 교회가 Glenside에 있을 때 지금 아마존 삼국경 신학교에서 선교 사역을 하고 있는 강광수 선교사님이 저희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주일이었는데, 아직 적은 수가 모이던 저희 교회에서 선교보고를 하면서 단기 선교가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한 말씀을 하셨고, 꼭 아마존이 아니라도 좋으니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을 것을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웃이면서 또 선교의 대상일 수 있는 지역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미 지역에 있는 한인 교회가 남미 지역에 있는 여러 나라들, 특히 아마존과 같은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때 갈릴리 마을에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인디언 선교를 하신다는 분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은경 선교사라는 분이었는데, LA 지역에 있는 한 한인 교회에서 파송한 분이었습니다. 갈릴리 마을에 수소문을 해서 그분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인디언 선교에 관심이 많다고 말씀을 드리고 여러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9월에 한 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한 목회자를 만났습니다. 저보다 한 살 젊었던 그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선교 사역을 하는 선교사였습니다. 이번 우리가 가는 Flagstaff을 근거지로 호피족을 선교한다고 했습니다. 김은경 선교사님과도 친분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얼떨결에 저희 교회도 인디언 선교에 관심이 많다고... 조만간에 그곳에서 만나게 될거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분이 ‘채워주심’이라는 책을 쓴 이상혁 선교사입니다.
작년에 우리 교회는 아마존 삼국경 신학교 지역에 단기 선교를 계획했었습니다. 목회자로서 나름 이제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고 준비했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이 실망했고 미안했습니다. 교회에 대해서도, 삼국경 신학교에서 헌신하고 있는 여러 선교사님들과 현지 교회와 신학교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그 이후 저와 가족들이 서부로 여행을 했던 일이 있습니다. 사막 지역을 한참 지나고, 마을 가까이에 주유소와 붙어 있는 한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휴게소에 가득한 것이었습니다. 가일이가 “아빠, 여기는 왜 이래? 왜 전부 Asian들만 있어?”라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그곳이 바로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 입구였습니다. 그곳을 돌아 나오는 길에 잠시 반성을 했었습니다. “내가 단기 선교를 오겠다고 한 지역에 여행을 왔네....”라는 반성 말입니다.
지난 교단 총회가 콜로라도에서 열렸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13년만에 한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필라에서 연합교회를 부목사로 섬기다가 LA로 갔었습니다. 반가워서 근황을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지금 아리조나
Flagstaff에 있는 Indian Bible College에서 인디언 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고, FONA(Friend of Native American) 선교회를 조직해서 인디언 선교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선교하는 지역은 Navajo족입니다.” 제가 만난 그 분이 누굴까요? 예, 바로 황성기 목사님입니다. 지난 수련회 때 보셨겠지만 한국 사람 중에서 가장 인디언처럼 생긴 분이시고, 인디언의 얼굴(?)과 가슴으로 인디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분입니다.
그리고 단기 선교를 준비하다보니 참 좋은 일이 있습니다. 문전도사님 부부입니다. 우리는 처음 단기선교를 준비하지만 이 분들은 필리핀 현지에서 선교팀을 받아본 적이 있는 분입니다. 선교지의 입장에서 사역을 참 잘 준비했습니다. 작년이었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인데, 올해 이렇게 상황과 사람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2. 하나님이 이루십니다.
잠언 말씀에 보면 사람의 마음에 있는 계획과 그 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관계가 설명됩니다. 잠언 16:9에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라고 했고, 잠언 19:21에는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번 단기 선교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말씀을 두 가지 면에서 마음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아무리 내가 뜻을 품고 계획하고 준비해도 하나님께서 때와 상황을 허락하지 않으시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바꾸어 말하면 아무리 내가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면서 믿음으로 나가기만 하면 하나님은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그 일을 이루신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제 말씀을 준비하면서 나바호 단기 선교라는 주제 아래 하나님이 인도하신 발걸음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강광수 선교사의 단기 선교에 대한 도전, 갈릴리 마을을 통해 만난 김은경 선교사와의 만남, 목회자 세미나에서 이상혁 선교사와의 만남 , 삼국경 신학교 단기 선교 계획의 실패, 계획되지 않은 나바호 보호구역 휴게소 방문, 교단 총회에서 황성기 선교사와의 만남, 그리고 문전도사님 부부가 다시 교회로 2년 만에 돌아온 것 - 이 모든 것이 초대교회의 선교를 향한 발걸음을 하나님께서 인도하고 계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여러 사람과 상황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이 선교의 비전을 주시고 그 비전이 이루어지도록 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비전이 이루어지되 나의 생각이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루고 계신다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우리를 도우시고 이끌어주시는 것입니다.
3.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어쩌면 참으로 뜬금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바울의 선교 사역은 지금 한참 꽃이 피고 있습니다. 바울은 3차 전도 여행 중에 있었고, 우리가 잘 아는 두란노에서 2년 동안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19장 10절에는 “이 같이 두해 동안 하매 아시아에 사는 자는 유대인이나 헬리인이나 다 주의 말씀을 듣더라”(행 19:10)라고 했습니다. 놀라운 변화입니다. 사역에 황금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11절과 12절을 보십시오. “하나님이 바울의 손으로 놀라운 능력을 행하게 하시니 심지어 사람들이 바울의 몸에서 손수건이나 앞치마를 가져다가 병든 사람에게 얹으면 그 병이 떠나고 악귀도 나가더라”(행 19:11-12) 말씀과 사역에 놀라운 능력이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는 20절에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주의 말씀이 힘이 있어 흥왕하여 세력을 얻으니라”(행 19:20)
바울의 선교 사역은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엄청난 성공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서 참으로 놀라운 일을 하신 것입니다. 그의 사역의 결과는 곧 사람들의 변화로, 지역 사회의 변화로 나타났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바울이라면 이 다음에 어떤 결정을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이 사역에서 좀 더 큰 열매를 얻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바울은 21절에서 당시의 교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자신의 계획을 발표합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바울이 마게도냐와 아가야를 거쳐 예루살렘에 가기로 작정하여 이르되 내가 거기 갔다가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 하고”(행 19:21) 바울은 지금 두 가지 계획을 한꺼번에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예루살렘에 들어가서 말씀을 전해야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로마에도 가야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두 계획은 둘 다 좋지 않습니다. 먼저 그는 예루살렘 교회와 그리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스데반 사건도 있고, 베드로와 크게 다툰 일도 있고, 바나바와 헤어진 일도 있습니다. 그가 회심 후 예루살렘 교회로 갔을 때 교회는 그를 차갑게 대했습니다. 또한 초대교회의 선교의 중심이 예루살렘에서 바울에게도 옮겨진 것에 대해 예루살렘 교회가 좋아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에는 철저한 유대주의자로 살았던 바울이 변화되어 오히려 복음을 전하는 일에 대해서 배신감에 치를 떠는 무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울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갇히게 될 것이고, 죽을 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도, 유대 사회에서도 바울은 환영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지금 목회의 현장에서 많은 열매를 거두고 있는데 말입니다. 많은 성도들과 교회가 바울을 말립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로마로 가겠다는 계획은 더욱 황당합니다. 그가 일단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면 그 다음 일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는 일입니다. 그곳에서 잡히면, 그가 이전에 스데반에게 했던 대로 돌에 맞아 죽을 수 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바울도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로마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지리적으로도 지금 바울이 있는 곳에서 예루살렘과 로마는 반대편에 있습니다. 어느 면으로 보아도 바울의 두 가지 계획은 맞지가 않습니다.
4. 꿈을 이루시는 하나님
여러분! 이런 황당한 계획을 누가 세웠다구요? 예, 초대교회 선교의 기둥인 사도 바울입니다. 만일 그 주변에 합리적인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로마로 가려면 예루살렘으로 가지 말아야 합니다. 예루살렘을 선택했으면 로마를 포기해야 합니다. 어떻게 지금 이 둘을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바울은 지금 예루살렘과 로마를 함께 품었습니다. 심지어 그는 3차 전도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예루살렘으로 이미 가고 있었던 상황, 사도행전 20장에 나오는 고린도에서 3개월 머무는 동안 답답함을 참지 못해 로마 교회와 성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가 바로 성경 로마서입니다. 1장 15-16절을 봅시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로마에 있는 너희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하노라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롬 1:15-16) 바울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나는 로마 교회의 성도들과도 만나고 싶습니다. 그대들과 복음의 교제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유대인 뿐만 아니라 그대들에 대해서도 복음에 빚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곧 고린도를 떠나 로마가 아닌 예루살렘으로 들어갑니다.
하나님은 참으로 놀라운 분입니다. 그는 분명 예루살렘에 들어갔는데, 그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로마였습니다. 자신의 발로 간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그를 옮기셨습니다. 그는 여생을 로마에서 선교를 하면서 보냅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계획 - 로마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뜻을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뜻 가운데 신실하게 이루셨습니다. 바울이 마음으로 계획하였지만 그 뜻을 이루신 분은 오직 하나님이신 것입니다. 바울은 이후 로마의 감옥에서 빌립보서를 기록하면서 고백하기를 자신이 당한 모든 일이 복음을 전하는 일에 유익하다고 했습니다. “형제들아 나의 당한 일이 도리어 복음의 진보가 된 줄을 너희가 알기를 원하노라”(빌 1:12) 하나님은 바울의 모든 계획과 생각, 상황과 걸음을 사용하셔서 하나님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에 사용하신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 초대교회는 지금 첫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계획했지만 되지 않았던 일입니다. 우리가 꿈꾸고 생각 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때를 허락하시고 사람을 허락하시고 상황을 허락하시니 이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계획했을 뿐, 하나님이 이루시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단기 선교가 대단한 열매를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희들의 이번 여행이 그 준비과정에서 경험했던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의 계획과 생각이 실패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우리가 계획하지 않았고, 생각하지 못한 열매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놀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계획하고 우리가 가는 것 같지만 결국 하나님이 하나님의 일을 하실 것이고, 우리는 그 증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의 기도의 제목이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교회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이번 단기 선교가 이 일을 허락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길이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우리 시대에 하나님의 마음과 눈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하나님의 관심은 무엇인지를 우리 자녀들과 성도들이 함께 느끼고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우리의 첫발걸음을 하필이면 나바호로 인도하시는지를 하나님의 마음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하는 것입니다. 이제 2주간 22명의 선교팀이 출발합니다. 22명이 가는 것이 아니라 초대교회가 가는 것이고, 우리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오고가는 차량 가운데 여러분의 마음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우리들의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실 것이고, 마음과 마음의 거리를 사랑으로 채우실 것이고,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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