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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합창단’ 멘토 윤학원 지휘자 - "하나님도 합창을 더 좋아하신다." 이응도 목사 201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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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합창계의 대부’란 수식어처럼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합창 지휘로 보내온 윤학원(74·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지휘자가 예능프로에 출연한 것은 의외였다. 지난해 KBS2 TV ‘남자의 자격-하모니 합창단’ 편에서 박칼린씨가 존경하는 스승으로 소개해 인터넷 검색 1위까지 올랐던 그가 이번엔 ‘남자의 자격-청춘합창단’ 편에서 지휘자 김태원의 멘토로 참여해 많은 이의 관심을 받았다. 26일 서울코러스센터에서 만난 그에게 음악과 인생 그리고 가족이야기를 들어봤다.

높아질수록 겸손해지기

“남자의 자격-하모니 합창단 이후 고등학교와 기업들에서 합창단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합창의 대중화에 좋은 영향을 미쳤지요. 그런 움직임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멘토 역할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초보 지휘자’ 김태원씨를 1주일에 두 번씩 만나 지휘법을 직강했다. 청춘합창단 합숙현장인 평창까지 내려가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깜짝 등장에 단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기립박수를 치며 고마워했다. 6시간 동안 이어진 ‘특훈’을 통해 합창단의 소리들이 모아지고 다듬어졌다.

“첫소리가 똑같으려면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 “높아질수록 겸손해져라” 등의 ‘윤학원 어록’이 등장할 정도로 그는 합창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했다. 전문가다운 배려와 따뜻한 태도도 눈길을 끌었다.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는 노랫말이 참 아름다워요. 김태원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하며 만든 곡인데 가사를 듣고 있으면 왠지 눈물이 핑 돌아요. 그런데 편곡 수준이 높아서 청춘합창단이 소화해낼지 처음엔 염려됐어요. 그런데 김태원씨는 매번 “기도해야겠어요”라며 오히려 저를 격려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춘합창단은 지난 24일 KBS 전국민합창대축제 ‘더 하모니’ 본선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대회가 끝난 후 김태원씨로부터 연주용 구두와 기타를 선물 받은 그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고 말했다.

화음으로 합창인생 빚기

“세계에서 지휘자로 양대 산맥을 이루는 인물은 미국의 로버트 쇼와 스웨덴의 에릭 에릭슨입니다. 로버트 쇼는 삶을 다한 88세까지 지휘를 했고 에릭 에릭슨은 93세로 지금도 지휘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지휘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아시아의 에릭 에릭슨’으로 불리는 그는 “다행히 하나님께서 좋은 귀와 눈을 주셔서 이 나이에도 안경 안 쓰고 깨알 같은 악보를 다 본다”며 “하고 싶은 일하며 한길로 잘 살다 가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냐”고 했다.

화음으로 빚은 그의 합창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시작됐다. 부모님의 찬양과 기도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그는 늘 교회 음악 속에 살았다. 음악가를 꿈꾼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전교에 손풍금이 하나뿐이던 시절, 음악교사의 칭찬으로 노래를 좋아하게 됐다. 여러 대회에 나가 수상도 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 변성기가 찾아왔다. 무대 위에서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내려온 경험이 성악가의 길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화학자가 되라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인천공고 응용화학과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밴드부 활동을 하며 음악에 대한 꿈을 다시 꾸게 됐고 작곡을 공부해 결국 연세대 음대 작곡과에 입학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연세대기독학생연합회 합창단을 지휘했어요. 서울 명동 YWCA 회관에서 바흐 칸타타 106번을 초연할 때 수십 개의 소리를 내가 하나로 만들 수 있다는 기쁨에 전율하며 지휘자가 되기로 결심했지요.”

대학교 4학년 때 보이스콰이어(소년만으로 이루어진 합창단)를 만들고 싶었다. 동네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열댓명을 모아놓고 노래를 가르쳤다. “인천의 예식장을 빌려 연주회도 했는데 이 공연을 본 인천문화원에서 우리를 문화원어린이합창단으로 승격시켜주고 지원해줬지요.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어요. 그때 세상에서 가장 빨리 흐트러진 사람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것이 합창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는 하나님도 솔로보다 합창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합창의 매력은 다른 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합창에서 중요한 건 다른 이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독창자가 돋보이게 화음을 만들어줘야 하고, 틈새의 침묵도 즐기면서 내가 노래 부를 때를 기다려야 하지요. 또 독창을 맡으면 최선을 다해 제대로 해내야 하고, 또 옆사람의 소리를 존경하고 귀 기울여야 내 소리도 근사하게 나옵니다. 합창은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예술이지요.”

그는 “정치인들도 합창을 배우면 좋겠다”며 소년처럼 웃었다.

삶의 음표 그리기

그의 인생은 음표가 밀도 있게 채워진 악보 같다. 35년 동안 지금의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인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을 지휘했고, 25년 동안 중앙대학교 음대 작곡과 교수로 지냈다. 한국 합창역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락교회 시온성가대의 지휘를 40년 가까이 했고, 서울 레이디스 싱어즈를 22년간 지휘했다. 현재 인천시립합창단을 16년째 맡고 있다.

기억에 남는 연주회는 수없이 많다. 그중 4개월 동안 96개 도시를 순회하며 100회 이상의 연주회를 했던 선명회어린이합창단과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1972년 합창단을 이끌고 호주 캔버라에서 연주를 한 적이 있어요. 호주 총리와 국회의원 등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어요. 눈빛으로 지휘할 정도로 합창단원과 호흡이 너무 잘 맞았어요. 공연 후 아이들이 무대 뒤에서 울면서 ‘음악이 너무 좋아요’라고 말해 같이 엉엉 울었답니다.”

2009년 3월 미국합창지휘자연합회(ACDA)의 ‘미국합창 50주년기념 음악회’도 잊을 수 없다. 미국에서 40개 팀이 출전했고 외국에서 4개 팀이 초청받았는데 이때 한국에선 인천시립합창단이 참가했다. “‘메나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합창을 선보였어요. 합창단원들이 무대와 청중 속에서 흩어져 노래한 ‘공간음악’이었어요. 메나리 연주 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마치 야구장에서 홈런을 쳤을 때 관중이 환호하는 것 같았죠.”

그가 이끌던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은 78년 세계합창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인천시립합창단은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합창박람회에 아시아지역합창단으로 유일하게 초청되는 합창계 최고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교회음악의 새바람 일으켜

재즈부터 가곡 전통음악 찬양곡 등 다양한 곡을 지휘했지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음악은 한국교회음악이다. 그는 미국 교회음악을 번역해 사용하던 시기에 한국 교회음악을 만들었다.

“12년 전 지휘자 세미나를 위해 제작한 악보집이 저작권 문제로 폐기처분 당하고 손해배상까지 해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한국의 찬양곡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당시 찬양곡집을 출판해주는 출판사가 없었다. 직접 출판사를 설립했다. 5명의 작곡자에게 의뢰해 99년부터 매년 30곡의 창작곡을 수록한 ‘예수 나의 기쁨’을 출간했다. 현재 12권까지 나왔다.

“지금 한국교회음악의 수준은 아주 높아졌습니다. 외국 지휘자들이 우리의 곡을 가져다 연주할 정도입니다. 합창의 뿌리는 바로 교회음악입니다. 하나님께서 한국 고유의 찬양곡을 주시기 위해 어려움을 통과시키셨고 결국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신 거라 생각합니다.”

음악으로 하나 된 가족

성악을 전공한 부인 이명원(72)씨와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아들 윤의중(48)씨는 현재 창원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딸 혜경(46)씨는 외국인학교 음악교사로 있다.

서울 내발산동 아담한 건물 ‘서울코러스센터’ 1, 2층에는 한국지휘자아카데미, 서울레이디스싱어즈, 윤학원 코랄이 있고 3, 4층에는 윤학원 지휘자 부부와 아들내외가 살고 있다. 고등학생 손자가 지휘자를 꿈꾸고 있어 3대째 지휘자 가정이 탄생할 듯하다.

한편 그는 10월 4∼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인천시립합창단 창단 30주년 기념 ‘오라토리오 뮤지컬 모세’를 공연한다. 그는 늘 새롭게 합창을 해석한다. 이번 공연 역시 모든 인물의 대화와 서사를 드라마틱한 합창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형태의 솔로 및 중창곡으로 연주한다. 종교적인 내용을 극화하는 오라토리오에 연기와 무대배경 의상을 사용해 극적이고 웅장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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