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 이응도 | 2017-0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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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기술’ 감사하게도 12학년인 큰 아들 가일이의 대학 입학이 빨리 결정되었습니다.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공부를 충분한 후원을 받으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셨습니다.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가일이는 요즘 부쩍 저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일부러 주위를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이전보다는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즐겁게 대화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이제 성인이 되는 가일이에게 꼭 가르쳐야 할 덕목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 최근에 이야기하기 시작한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싸움의 기술’에 관한 것입니다. 좀 이상하게 들리십니까? 이제 대학에 들어가면 부모의 품에서 거의 벗어납니다. 부모는 세상에 자녀를 내놓기 전에 생존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시 시대라면 사냥하는 법을, 농경시대하면 농사법을, 그리고 오늘날 악하고 유혹 많은 이 사회 속에서는 그저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삶의 존엄을 지키며 가치와 목적을 추구하며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저는 가일이가 세상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두 가지를 전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는 법과 둘째는 승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싸워야 할 모든 싸움.... 어떻게 하며 패배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기다림과 관련이 있고, 기다림은 ‘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이 품은 뜻과 허락된 능력에 대한 통찰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가일이는 분명 불의한 세상을 만나고, 세상에 만연한 부조리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세상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은데, 세상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품다보면 비록 그것이 정의롭다고 할지라도 허망하고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거룩하고 정의로운 뜻으로 단련하면서 스스로를 여러 측면에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때를 기다리면서 자신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의 젊은 날을 함께 했던 친구들을 기억합니다. 참 좋은 친구들, 그들과 젊은 날을 보낸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친구들은 대학에 다니는 중에 이미 삶에 허락된 모든 분노와 열정을 다 쏟아버렸습니다. 뜻은 정의롭고 분노는 거룩했지만 삶은 지혜롭지 않았습니다. 20대에 안타까운 생명을 버린 친구들이 있습니다. 더 이상 싸울 수 없습니다. 이길 수도 없습니다. 불의와 싸운 것만으로 그 의미를 찾기에는 아름답고 젊었던 그들의 삶이 너무 아깝습니다. 또 그 시절에 모든 정의감과 가치를 소진해버린 친구들도 있습니다. 30대가 되면서 힘없이 세상을 따라 살아갑니다. 세상의 악은 거대하고 정의를 사랑하는 자신은 약하다는 사실을 삶으로 경험해버렸습니다. 제대로 준비된 싸움을 해보기도 전에 깊은 패배를 경험한 안타까운 청춘들입니다. 반면 그때 품은 뜻을 키우면서 여전히 성실하게 살고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너무 쉽게 모든 것을 걸고 싸움을 시작하지 않아야 하고 너무 빨리 패배를 선언하지 않아야합니다. 그래서 가일이와 이야기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제는 ‘승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가르치고자 하는 싸움의 승리는 상대방이 처절하게 궤멸되는데 있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파멸이 나의 승리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함께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승리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뜻이 사람에게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내 안에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이 나와 이웃의 삶에 함께 이뤄지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나의 거룩한 생각을 지키고, 그 생각대로 살아가고, 그 생각을 이웃에게 전하고, 그 생각으로 세상을 설득하는 오랜 과정을 잘 견딜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새 내 편에 많은 사람이 서 있고 어느새 많이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품을 떠나려는 자녀에게 ‘싸움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연약하고 어린 자녀가 불의한 세상 속에서 지혜롭고 용기있는 삶을 선택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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