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ous Justice' | 이응도 | 2017-01-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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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ous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라는 책이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는 마이클 샌델의 정치 철학서 입니다. 그가 1980년부터 강의했던 ‘정의'(Justice)에 대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우리가 한번 쯤 들어본 적이 있는 공리주의나 자유주의, 그리고 공동체적인 선과 관련해서 정의의 다양한 얼굴에 대해 서술하고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미국에서는 10만부 남짓 팔렸는데, 한국에서 2012년 6월까지 130만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 책 이후에 같은 제목을 한 책 한권이 출판되었습니다. 뉴욕 리디머 교회의 팀 켈러 목사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냈습니다. 책을 보니 앞의 책과 딱히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 켈러 목사는 원래의 제목을 ’Generous Justice'로 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성품이 묻어나는 정의를 실현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팀 켈러 목사는 책의 앞 부분에서 자신이 정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그는 신학대학원에 다닐 때 앨워드 엘리스라는 흑인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가끔 앨워드는 팀 켈러에게 심각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백인인 너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일반적인 것이 흑인인 나에게는 심각한 차별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공항 검색대에서 따로 한번 더 검색을 받는 사람들, 교통법 위반으로 잡힌 사람들을 대하는 경찰들의 태도의 차이, 인종별 직업군의 차이 등은 백인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흑인들에게는 차별로 느껴질 수 있는 일일 수 있습니다.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청년 팀 켈러에게 앨워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봐, 그러니 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럴 뜻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겠지만 엄연한 사실이야. 흑인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어떤 일을 처리하면 다들 말하지. ‘그래, 그게 댁들의 문화니까’ 하지만 백인들이 특유의 양식으로 무슨 일인가를 했다 치자고... 그럼 뭐하고 하는 줄 알아? ‘맞아, 그렇게 하는 게 옳아!’라고 한다니까... 백인들에게도 백인들만의 고유한 사고방식이 있다는 걸 눈곱만큼도 자각하지 못하는 거야. 댁들의 신념과 관습 속에 문화적인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 전혀 모른단 말씀이지.” (팀 켈러, 정의란 무엇인가? p.22-23) 팀 켈러 목사는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같은 신학을 공부하는 흑인 친구를 통해서 백인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를 만납니다. 그리고 백인의 문화를 기반으로 윤리적인 원칙을 정하고 그것을 기준 삼아서 다른 인종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비로소 눈을 뜨게 됩니다. 그 일은 그가 이후에 맨하탄에서 목회를 하면서 지역과 인종을 넘어서는 교회를 꿈꾸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가 책을 통해서 던지는 질문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21세기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백인으로 살고 있는 나에게 하나님의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21세기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흑인으로 살고 있는 성도가 나에게 하나님의 정의를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팀 켈러 목사는 오랜 고민 끝에 책에서 이렇게 자신의 고민을 정리합니다. “크리스찬들이 ‘정의’를 말할 때마다 적잖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정의니 공의니 하는 말이 정치 행사를 장식하는 슬로건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가르침을 좇아 살려고 애쓰는 이들이라면 그 말의 의미를 익히고 실천하라는 부르심을 피해 갈 도리가 없다.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저마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몫을 나눠 줄 때 비로소 정의가 실현된다. 공의를 행하는 데는 잘못을 바로 잡는 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을 포용하며 사회적 관심을 갖는 일도 포함된다. 그렇게 살다보면 저절로 하나님의 성품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이들을 공평하고 정직하게 대하며 적절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진 것을 넉넉하게 나누는 비교적 단순한 행동에서부터, 특정한 형태의 불의와 폭력, 억압을 끝장내기 위한 싸움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팀 켈러, 정의란 무엇인가? p.51) 저는 그가 책 제목을 ‘Generous Justice'라고 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이 묻어나는 정의를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 정의가 어떤 것이든, 바라건대 하나님의 공평과 정의가 우리의 신앙과 삶을 통해 세상에 증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의 폭력과 거짓에 익숙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사람의 삶의 방식 속에 실현될 때 가장 아름다운 정의가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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