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는 교회 | 이응도 | 2017-0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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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넘는 교회 ‘야곱의 축복’이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실은 ‘야곱의 요셉에 대한 축복’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경은 요셉에 대한 축복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셉은 무성한 가지 곧 샘 곁의 무성한 가지라 그 가지가 담을 넘었도다”(창 49:22)라고 했습니다. ‘담을 넘은 가지’라고 하니까 7-8년 전 플로리다에 잘 아는 권사님 댁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가는 길에 오렌지 과수원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플로리다 오렌지가 얼마나 좋은지 울타리를 넘어서 가지를 뻗치고 열매 또한 울타리 밖에 뚝뚝 떨어져 있었습니다. 권사님이 차를 잠시 세우더니 오렌지를 몇 개 주워오셨습니다. 플로리다 오렌지를 맛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잠시 머뭇거렸더니 권사님 말씀에 플로리다에는 워낙 오렌지가 많아서 울타리 밖에 떨어진 오렌지는 이웃들이 먹어도 된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달고 맛있었습니다.
저는 플로리다에서 오렌지 농장을 하는 사람들의 결정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심고 가꾼 과일을 다른 사람들이 왜 먹어? 왜 나의 노력의 결과를 아무런 땀도 흘리지 않은 사람들과 나눠야 해? 차라리 내가 담장을 넘는 가지를 잘라버릴지언정 내 땀의 열매를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는 없지!” 이렇게 결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사실은 이런 결정을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2000년 전의 유대인들입니다. 그들은 자기 민족에게 허락된 하나님의 은혜가 다른 민족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오늘날의 교회도 그렇습니다. 지나치게 자교회 중심적입니다. 담장을 넘는 가지의 축복이 세상으로 흘러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내 복은 오직 내 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현대 교회에 대해 진단하는 공통된 의견이 있습니다. 현대 교회가 교회역사의 중대한 고비를 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울타리를 세우고 사람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던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담장 안의 교회를 지향해왔습니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교회였습니다. 교회가 커지고 세상의 강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줄어듭니다. 분명 덩치는 커졌고 이전에는 갖추지 못한 것들을 구비했는데 교회는 점점 쇠락하는 것 같습니다. 풀러 신학교에서 선교학을 가르치는 ‘앨런 락스버그’라는 교수는 최근 서양의 교회가 침체된 이유로 다음 4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보와 기술이 있으면 무엇이든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능적 합리주의, 둘째는 교회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프로그램, 셋째는 선교도 전도도 구제도 오직 교회를 위해서 해야 한다는 교회 중심적 사고, 넷째는 교회를 평신도와 목회자로 나누고 평신도는 관객으로, 목회자는 배우로 만드는 목회자 중심적인 사역입니다. 그는 이 네 가지 경향성을 하나님 중심의 신앙이 아닌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미신적인 확신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현대 교회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담장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관심과 사랑은 이미 교회의 담장을 넘어서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2000년 전, 예수님의 사역의 범위가 이미 예루살렘 성전을 넘어섰던 것처럼 오늘날 교회의 사역의 범위가 교회의 담장을 넘어서 이웃에게로, 지역 사회로, 낮에도 빛이 임하지 않는 깊고 구석진 세계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2000년 전, 인류의 모든 죄와 악을 책임지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셔서 선포하셨던 우리 주님의 복음입니다. 우리 안에 들어있지 않은 양들(요 10:16)을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을 버리셨던 예수님의 사역입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에 누군가는 구원과 교회의 은혜 안에 갇혀서 살았지만, 그 누군가는 복음을 들고 끊임없는 담장을 넘고 또 넘었습니다. 이기심과 자기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복음이 명령하는 대로, 복음이 가고자 하는 대로 자신의 시간과 개정과 삶을 바쳐서 끊임없이 담장을 넘었습니다. 초대교회의 시작을 알리는 사도행전 1장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 성도들은 담장을 넘기 시작합니다. 예루살렘을 넘어서서 온 유대로, 사마리아로 갑니다. 땅 끝까지 갑니다. 복음이 가고자 하는 모든 곳으로 갑니다. 모든 담장을 넘어섭니다. 그 담장 너머에 우리들이 있었습니다. 담장 너머, 그곳에서 교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묻습니다. 담장 안에 머무를 것인가? 담장을 넘을 것인가? 담장을 지키는 교회가 될 것인가? 넘어서서 은혜를 전할 것인가? 우리의 믿음으로, 삶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주님은 이미 담장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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