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풍랑 | 이응도 | 2017-02-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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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풍랑 얼마 전에 한국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씨에 대해 자세하게 방송한 적이 있습니다. 경상북도의 영주라는 한 작은 도시에서 자랐고, 어려서부터 공부에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 한분이 인터뷰를 했습니다.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제자를 칭찬했습니다. 병우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장래 희망이 검사였다고 했습니다. 장차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뿌리 뽑고 정의를 세우는 검사가 되겠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는 꿈을 이뤘을까요? 안타깝게도 약관 20세에 사법고시에 최연소 합격자가 되었던 그는 정의를 세우기보다 정의의 반대편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습니다. 결국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후배 검사들에게 조사를 받는 수모를 당하고 있습니다. 왜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수재였던 그는 청소년기에 품었던 푸른 꿈을 실현하지 못했을까요? 생각해 보면, ‘검사’가 그의 꿈은 아닙니다. 검사의 직위가 꿈이 아니라 그 직을 통해서 해야 할 일이 그의 꿈이어야 합니다. 그에게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자격과 기회를 허락했을 때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헌신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그는 그 꿈을 잃고 자신이 그토록 청산하고자 했던 불의의 편에 서서 정의를 잡아먹는 괴물이 되고 말았을까요?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광야의 끝에서 가나안 입성을 준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정탐꾼을 가나안으로 보냈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그 땅에서 하나님의 예비된 은혜를 보고 왔습니다. 두 사람은 감사와 전투의지로 충만했습니다. 다른 10명의 정탐꾼은 가나안 원주민들의 강대한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전쟁을 하면 반드시 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사람, 여호수아와 갈렙의 마음을 채운 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였다면, 열사람의 정탐꾼의 마음을 채운 것은 바로 두려움이었습니다. 그 두려움은 이스라엘 모든 백성의 마음으로 전염됩니다. 모두가 두려움의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두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갑자기 용감해지기 시작합니다. 정작 그들의 적은 가나안인데... 가나안에 대해 용감하고 담대하게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인데.... 그들은 여호수아와 갈렙에 대해 용감해집니다. 분노합니다. 민수기 14장 6절을 보면 그들은 돌을 들어서 두 사람을 죽이려 합니다. 정작 가나안은 아직 이스라엘과 싸우지도 않고 있는데, 이스라엘 안에서 이스라엘의 죽이려는 시도가 있는 것입니다. 왜 이스라엘은 가나안보다 더 가나안스러워 졌을까요? 왜 각 지파를 대표했던 가장 뛰어난 청년들이 이렇게 어리석은 마음과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우병우씨와 10명의 정탐꾼의 선택에 공통점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우병우, 아마도 처음에는 정의로운 마음을 품었을 것입니다. 검사가 되기만 하면 이 세상의 보편적인 정의와 사법질서에 근거해서 선하고 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20세에 검사가 되고 보니...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부터 나라를 뒤흔드는 비리를 저지르겠다고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검사의 직을 수행하다보니 정의가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이 힘이 있고, 법이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푸르고 맑았던 꿈이 세상의 파도와 함께 출렁댑니다. 세상의 악은 이렇게 강력했던가? 내가 이 세상을 이길 수 있을까? 잠시 당황하고 고민하는 사이... 거센 풍랑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청년 우병우를 삼켜버립니다. 어느새 그 자신이 가장 높은 파도가 되어 온 세상을 휘몰아치게 된 것입니다. 10명의 정탐꾼들은 각 지파의 젊은 엘리트들이었습니다. 가나안을 정복하겠노라고 정탐꾼이 되어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우병우가 거대한 세상의 풍랑을 만나서 자신의 마음과 삶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풍랑이 되어 세상에 회몰아쳤던 것처럼.... 10명의 정탐꾼 또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가나안보다 더 가나안스러운 사람들이 됩니다. 그들은 분노의 돌을 손에 들고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여호수아와 갈렙을 죽이려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우병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회만 주어지면 높은 파도가 되어 세상에 한번 휘몰아쳐보리라....’ 이미 거칠고 악한 풍랑에 마음을 빼앗기고 삶을 바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탁하고 해로운 물결이 되어 세상을 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들 자신이 선한 양심과 삶의 가치와 허락된 존엄을 상실한 줄은 모르고 말입니다. 세상은 우리의 마음에 풍랑을 선물하고 우리가 스스로 세상보다 더 악한 사람이 되어 세상이 몰아치기를 기다립니다.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생각을 보호하지 않으면, 두려움과 욕심으로 우리의 마음을 침탈하는 세상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영광으로 예수님을 시험했던 사탄의 간교한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이미 우리의 마음에 들어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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