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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효과' na kim 20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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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효과

 

지난 달 아시아 축구 연맹이 주관하는 23세 이하 축구대회(AFC U-23)에서 베트남은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베트남은 열광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가 198320세 이하 청소년 축구 4강에 올랐던 시기에 경험했던 열기, 혹은 2002년 월드컵에서 경험했던 감동을 함께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한 번도 주목할 만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던 베트남이 강자들을 연달아 물리쳤습니다.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죽을 듯이 뛰었고,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냈고, 국민들을 하나가 되었습니다. 결승전에서의 아쉬운 패배는 오히려 다음 대회를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베트남의 국민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이 있습니다.

 

얼마 전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의 주재원으로 일하는 한 가족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중에 박항서 감독과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로 공짜 식사를 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박항서 짱, 코리아 넘버 원!’ 베트남에서 유행어처럼 번지는 말입니다. 베트남 전쟁의 상처가 양국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항서 효과는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가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으로 취임한다고 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였고, 2002년 월드컵에는 히딩크 감독을 돕는 코치였고, 한국 프로축구와 실업팀에서 감독을 지내기는 했지만 그가 외국의 국가대표 감독이 된다고...?’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 예선을 통과하고 8강과 4강을 통과할 때도.... ‘혹시 우연은 아닐까? 행운이 겹쳤을까...? 아시아 대회니까 그랬겠지...’ 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열광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 참 쉽게 흥분하네...’ 라는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몇 일 전, TV 프로그램에서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왜 박항서인가..? 왜 베트남은 박항서에 열광하는가...?’ 에 대한 의문이 풀렸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그 자신도 지난 해 베트남에서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고 당황했습니다. 왜 나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베트남에 가서 선수들을 보니 이해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축구 관계자는 베트남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가 체력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감독으로 부임하고 체력테스트를 해보니 모든 선수들이 체력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체력이 아닌 체격에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축구의 강호로 군림하는 나라들은 이미 축구 선수들의 체형이 서구화되어 있습니다. 베트남의 축구 선수들은 이런 나라들의 선수들에 비해서 평균 한 뼘 정도가 작았습니다. 당연히 몸싸움에서 질 수 밖에 없었고, 시합을 하기 전에 벌써 그들 자신의 약점에 주눅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격의 열세를 체력으로 이해했고, 결국 정신력에서 벌써 패배하고 있었습니다.

 

박항서 감독은 166cm의 키에 체격이 작습니다. 그러나 선수시절 그의 별명은 악바리였고, 대부분의 팀에서 주장을 맡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있는 팀에 늘 좋은 성적을 선물했습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부동의 미더필더로 뛰었습니다. 그의 왜소한 체격은 오히려 정신력을 강화시켰습니다. 더 많이 뛰고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한 경험이 비슷한 조건을 가진 베트남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체격을 뛰어넘는 정신력으로 늘 큰 형님의 역할을 했었던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열등감에 빠져있던 베트남 선수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들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패배의식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작은 선수들이 가진 위축된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감독과 선수들의 마음과 마음이 통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결국 베트남 대표팀의 어린 선수들은 그들의 체격의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전략과 전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력의 문제이며 인격의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감독과 선수들의 연약함이 만나고, 감독의 삶의 과정에 묻어 있던 경험들이 선수들의 삶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서로의 약점이 만나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게 된 것입니다. 베트남 축구의 기적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베트남에서의 박항서 효과는 어느 기업의 성과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두 나라의 관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배우고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박항서 효과는 돈으로 된 것도 아니고, 업적으로 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박항서라는 이름이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그의 약함에 있고, 베트남 사람들의 연약함을 이해하는 경험에 있습니다. 대단히 뛰어나고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이... “, 잘 할 수 있어. 힘을 내!”라고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는 선수들과 같은 마음과 음성으로 격려합니다. “나도 너희처럼 작았고, 나도 너희처럼 주눅들었고, 나도 너희처럼 무시당했어... 하지만 우리가 서로 팀이 되어 격려하고 도우면 이길 수 있어... 더 열심히 뛰고 더 협력하면서 뛰자...” 박항서 효과는 세계 역사의 변방에서 일어서기 위해 몸부림치는 베트남이라는 한 나라를 격려하는 힘이요, 우리 시대가 얻어야 할 약함의 힘에 대한 교훈입니다. 이 효과가 베트남에서만 머물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약함은 그것을 이해하는 마음을 통해서 가장 견고한 연대가 되고 서로를 세우는 힘이 됩니다. 우리도 서로의 삶에 박항서 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낮고 겸손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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