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戰線) | na kim | 2018-03-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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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라는 유태계 역사학자가 있습니다. 현재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976년생이니까 아주 젊은 사람이고, 해박하면서도 독특한 자신만의 관점을 인류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독교적이지는 않습니다. 그가 쓴 베스트셀러 가운데 ‘대담한 작전’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부제는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 이야기’라고 붙어 있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가 설명하고자 하는 특수작전이란 투입된 자원에 비해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결과를 이끌어 낼 능력이 있는 소규모 부대가 좁은 지역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수행하는 전투작전을 말합니다. 양쪽 군대간의 전면전은 인력과 재정에서 서로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많지만, 효과적인 특수작전을 잘 수행하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의 수뇌부의 항복을 쉽게 받아 낼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트로이 목마’ 같은 경우입니다. 그리스와 트로이 사이에 오랜 전쟁이 계속되어서 양국이 함께 지쳐갑니다. 그리스는 트로이를 둘러싸고 10년간 공성전을 벌였지만 성을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마지막 사용한 작전은 큰 목마를 만들어서 30명의 정예병을 그 속에 두고 거짓 퇴각하는 것이었습니다. 트로이 사람들은 그리스가 드디어 물러갔다고 환호하면서 목마를 승리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그들은 목마를 성 안으로 끌어다놓고 승리의 축제를 즐깁니다. 그 날 밤, 목마 속에 있던 군인들이 성문을 열었고, 그리스는 10년 동안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함락시키지 못했던 트로이를 드디어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중세 유럽의 역사를 바꾼 것은 나라와 나라가 전면 충돌하는 전쟁에 있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대담하면서도 세밀한 특수작전들이 역사를 바꿨습니다. 그러한 특수 작전들의 공통적인 특성들이 있습니다. 바로 전선의 개념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에서도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성을 지키는 트로이와 성을 허물려고 하는 그리스는 10년 간 성 밖에서 싸웠습니다. 견고한 성을 허무는 것이 그리스의 승리라고 생각했고, 성을 지키면 트로이의 승리라고 여겼습니다. 전선이 어디서 형성되었을까요? 성 밖 들판입니다. 성벽입니다. 10년간 그들은 많은 인력과 재정을 성 벽에 대해 소모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쟁을 끝낸 것은 공성전, 즉 성을 공략하는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군은 특수 작전을 통해서 성 안으로 군대를 투입합니다. 전선이 성 밖에 있을 때 그들은 10년 동안 소모적인 전쟁을 했지만, 전선이 성 안으로 들어가자 그리스는 전쟁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중세의 많은 전쟁이 그랬습니다. 나라와 나라가 국경을 경계로 전면전을 펼쳐서 두 왕조가 함께 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지휘관이 전선을 새롭게 이해하고 적진을 파고들거나, 적의 군대를 유인하거나, 사람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수행함으로 경제적이고 쉬운 승리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새로운 개념의 전선과 그것에 맞는 특수한 작전을 수행했던 역사를 되짚고 있습니다.
현대 교회는 오랫동안 교회라는 성을 쌓아왔습니다. 그 성 안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마치 교회라는 성은 구약의 도피성과도 같고, 장차 도래할 하나님의 나라의 모형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와 보라!”는 말씀이 마치 “우리 교회로 오라”는 말씀처럼 전해졌습니다. 교회의 성장이 가장 큰 덕목이 되고, 큰 교회가 교회 권력을 가지는 것처럼 인식되었습니다. 문제는 교회라는 성 안으로 사람들을 모으다보니 전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교회로 끌어들여야 하니까요.... 세상 사람, 세상의 생각, 세상의 가치, 세상의 문화... 그 모든 것을 교회가 품고 또 품어서 몸집을 키우려하다 보니 교회와 세상이 어느 지점에서 전선을 형성해야 하는지를 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는 무섭습니다. 교회가 목회를 세습합니다. 교회가 부동산으로 이익을 얻습니다. 교회가 탈세합니다. 교회가 편법으로 대형 교회당을 건축합니다. 교회가 정치에 관여합니다. 교회가 세상의 권력에 욕심을 냅니다. 세상 속으로 교회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 속으로 세상이 들어왔습니다. 교회는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전선을 잃어버린 교회와 성도에게 권면하십니다.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 선한 양심을 가지라 이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희의 선행을 욕하는 자들로 그 비방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려 함이라 선을 행함으로 고난 받는 것이 하나님의 뜻일진대 악을 행함으로 고난 받는 것보다 나으니라”(벧전 3:15-17) 함께 교회된 여러분과 제게 묻습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은 세상이 우리로 말미암아 교회가 되고 있습니까? 교회가 우리로 말미암아 세상이 되고 있습니까? 우리의 전선은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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