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목욕탕을 그리워하면서 | 이응도 목사 | 2011-09-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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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목욕탕을 그리워하면서
어릴 적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어머니와 함께 목욕탕에 가는 것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혼자 목욕을 하러 가겠다고 과감히 선포했습니다. 특히 혼자 가면 등을 잘 밀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비결을 하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둘째, 가능한 한 귀여운 모습으로 “아저씨, 등 밀어드릴까요?” 라고 먼저 말하는 겁니다.
사실 이 한마디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입니다. 초등학교 1,2학년 밖에 안된 꼬마아이가 와서 먼저 등 밀어준다고 하는데, 어느 어른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리고 셋째,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등을 밀어야 합니다.
헉헉거리면서 어른의 넓은 등을 다 밀고 나면 “그래, 이제 너도 밀어야지” 하고는 내 등을 슥슥 밀어주시고 어떤 아저씨는 온 몸을 씻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분 좋으면 요구르트도 한 병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죠..*^ ^*
이전과는 달라서 집집마다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기도 하고, 또 혼자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과 사람의 심리적인 거리도 이전보다는 많이 멀어진 것 같습니다.
목욕탕에서 등을 밀어주는 일만큼 정겹고 의미 있는 일도 없습니다. 더럽기는 한데 내 손이 닿지는 않는 부분,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우리의 삶에는 있는 법입니다. 그것을 서로 숨기거나 조롱하면 모두가 등 뒤에 가득 때를 숨기고 살아야 하지만, 그것을 놓고 서로 도우면 깨끗하고 맑은 삶을 나누며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첫째, 등을 맡긴 사람은 등에 때가 있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등을 밀어주는 사람은 그 정도의 더러움은 내 등에도 있으므로 그것을 조롱하거나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두가지가 전제된다면 우리는 서로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 두가지가 없으면 우리는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부끄러움을 조롱하게 됩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모습의 ‘부족함’, ‘더러움’ 그리고 ‘죄’의 문제를 가지고 모이는 곳입니다. 그러한 연약함과 부족함과 죄 가운데는 자신 스스로는 발견할 수 없고, 발견했다고 해도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하고 함께 교회를 섬기는 지체들의 사랑과 헌신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등을 밀어주는 상상을 해 봅니다. 괜히 즐거운 웃음이 저절로 번집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돕는 섬김의 은혜가 넘치기를 소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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