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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방황 이응도 목사 201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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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방황

지난 번 한국 여행에서 제가 꼭 만나야 할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역시 저를 만나야 했습니다. 2년 전 한국에 갔을 때도 그를 만났고, 그 2년 전에 갔을 때도 그를 만났습니다. 제가 가끔 그 분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여러분들 중에는 그 분 이야기를 기억하는 분이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 4학년 때 신학을 공부하기로 하고 신학 대학원 입학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몰라서 헤매다가 친구의 소개로 한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다섯 살이 많고 신학대학을 6년째 다니고 있으며 자신도 그 해 시험을 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와 함께 6개월간 공부를 하면서 대학원 입학 시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제가 정보를 제공할 뿐 공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2년 후 그는 대학원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지극히 만족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대학 선배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기도 하고 큰 교회에서 청년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하기 얼마 전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생활을 정리해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김진홍 목사의 두레마을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끔씩 전화를 하면 농사가 너무 재미있고 그곳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이 보람 있다고 말했습니다.


3년이 지나자 그는 소위 ‘하산’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전도사로 섬기던 교회의 담임 교역자로 부임한 것입니다. 그곳은 ‘모자원 교회’라는 곳으로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어머니와 자녀에게 14평 남짓의 생활 근거지를 제공하고 일자리도 알선하고 또 신앙적으로도 인도해주는 교회였습니다. 그 자신이 그 모자원 출신이었던 그는 무던히도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 모자원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첫 목회를 시작했습니다. 교회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모자원 교회가 모자원 식구들 뿐만 아니라 일반 성도들이 늘어나고 선교와 구제에 동참하는 교회로 성장했을 때 그는 어느 날 교회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학 다닐 때에도 어느 날 사라져서 광산에서 발견된 적이 있었던 그는 이번에는 지리산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였습니다. 3년 전, 한국에 갔을 때 그는 아들 둘과 함께, 남편에 대한 모든 생각을 접고 그저 순종만 하기로 한 아내와 함께 영락없는 농부의 모습으로 저를 맞았습니다. 아직은 추웠던 지리산의 5월, 선녀탕이라고 이름을 붙인 한 깊은 계곡에서 함께 목욕을 하면서 그는 자유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2년 전 다시 한국에 갔을 때 그는 지리산 밑 거창에 있는 한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 50명되는 성도들 중 가장 젊은 사람이 40대 중반, 그리고 평균 연령이 60대인 교회였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조그만 땅을 사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목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그가 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짓던 작물은 ….였습니다. 그곳에서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짓던 사람을 형님이라 부르며 그 형님이 운영하는 아로마 카페에서 그는 다시 자유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향기에서 그는 깊은 영혼의 자유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가면서 역시 그 사람을 만나야 했습니다. 말씀 드린 대로 그 역시 저를 만나야 합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생각과 삶을 제가 말하고 저의 인정을 받으려 했고 저는 그를 보면서 제가 하지 못하는 어떤 삶의 다양한 도전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지난 4월 목회를 완전히 그만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저 교회를 사임한 것이 아니라 목사직 자체를 버렸습니다. 다시 목사로 돌아갈까 두려워서 아예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말 하기를 자신은 비로소 자유롭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오랫동안 얽매고 있는 ‘종교’를 버리니 ‘예수’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를 만난 15년의 시간 동안 가장 생기 있는 모습으로,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종교’를 버리고 ‘예수’를 찾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 삶이 어떤 삶이냐구요? 그는 돈을 벌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들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해서 제대로 된 돈을 만들고 제대로 된 방식으로 그 돈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사람과 지구 어머니’라는 건축 컨설팅 회사를 뜻이 맞는 몇 사람과 함께 설립했고 이번 가을에 처음으로 한 프로젝트의 완성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정말 이번 일을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자신이 말 한대로 제대로 된 돈을 벌어서 제대로 사용하는 좋은 기업과 삶의 모범을 보여달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과연 그가 무던히도 오랜 기간 방황하고 헤매던 길을 과연 찾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전보다는 보다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좋아 보였고 그의 선택이 옳기를 바랄 뿐입니다. 진리가 무엇인지, 자기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그의 방황이 언제 끝날지, 어디까지 갈지, 이번의 선택은 또 다른 선택을 위한 과정일지, 혹은 이 선택으로 삶을 마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선택과 앞 길에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끊임없는 길찾기의 과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화려한 길을 찾았는가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길찾기에 대해서 진실하고 진지한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늘 그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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