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그... 내가 전도사만 아니었다면 그냥..."
혹시 예수를 만났다는 사실, 예수를 믿는다는 사실이 때때로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던 적은 없습니까? 어떤 모임이나 어떤 상황 속에서 “내가 차라리 예수를 믿지 않았다면...”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까?
군에서 훈련을 받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교관들이 짧은 휴식 시간에 공중 전화를 걸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오랫동안 줄을 서서 겨우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뒤에 줄을 서 있던 후보생이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짧게 전화를 끊고 자신에게 빨리 양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어서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려 했었는데 자꾸 무리한 요구를 반복하자 하자 화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보생이 대뜸 “어이구, 이거 전도사가 사람치겠네...”하는 게 아닙니까? 전도사 생활을 하다가 신학 대학원을 마치고 군에 갔기 때문에 그의 말이 굳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도 엉뚱한 상황 속에서 “전도사...”라는 말을 듣자 어이도 없고 더 화도 났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한 말이 이것입니다. “으이그, 내가 전도사만 아니면 그냥......”
차라리 예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가 좀더 편히 살고, 부유하게 살고, 마음대로 살고, 욕심대로 살고, 타협하면서 살 것인데, 내가 예수를 믿는 바람에 이렇게 불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까? 잠시 예수를 믿고 있다는 사실을 유보하거나 묻어두고 싶은 때는 없습니까? 내가 만난 그 예수가 이제껏 살아온 나의 삶의 방식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그 삶의 변화를 요구할 때 조금 더 비겁해지거나 조금더 타협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 적은 없습니까?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을 잠시 나의 불편함과 성품을 참지 못해서 너무 쉽게 얻지 말았어야 할 것으로 표현하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습니다. 오히려 그런 위기에서 내가 성도이니까, 내가 은혜를 입었으니까, 내가 전도사이고 목사이니까 더 인내하고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분노보다 비교할 수 없는 큰 은혜가 나의 직분과 믿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