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입니까?
얼마 전 한 청년이 제게 와서 “요즘 자괴감이 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자괴감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자신이 싫어지고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 청년은 미국에 와서 목표 했던 일도 잘 안되고 생활도 어렵고 상황도 그리 좋지 않고 해서 자신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다 자기 잘못인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노라고 했습니다. 그는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목사님, 어떻게 하면 이 자괴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 청년에게 “좀더 깊이 그리고 철저하게 자괴감에 빠져보라”고 말했습니다. 만일 그 자괴감이 진실로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 시작된 것이고 진솔한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면 좀더 깊은 자기 절망에 빠져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절망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캘 수 있습니다. 이전에 자신이 살아온 방식과 귀중하게 여기던 가치들을 새롭게 점검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를 비로소 알 수 있고 자신이 믿는 하나님, 혹은 절대적인 가치를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들의 자신에 대한 평가는 다소 왜곡되어 있기도 하고, 다소 과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미 하나님의 자녀 되고 백성된 거룩한 무리, 즉 성도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벌레같은 나!”의 수준에 계속 머물러 있기도 하고,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한 순간도 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모든 것이 내 것인 줄 알고 하나님의 권위를 부정하며 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항상 무능하고, 할 수 없고, 감히 나 같은 게 어찌 하나님의 일을 하겠습니까!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나의 모든 생각이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고, 하나님은 언제나 나를 위해 일하시는 분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권위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살기도 하고, 하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하나님 도움 없이, 하나님의 인도 없이,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아가기도 합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이 과연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시는가 하는 것과 우리가 어떤 눈으로 자신을 바라봐야 할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성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좋은 모범을 제시합니다. 그는 여러 교회에 보낸 시간을 달리 하는 편지들을 통해서 자신이 과연 누구인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먼저 고린도전서 15장 9-10절에서 자신을 ‘사도 중 지극히 작은 자’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6-7년이 지났습니다. 바울은 이제 로마의 옥에 갇혀 있습니다. 그가 에베소 교회에 편지를 보냅니다. 그는 에베소서 3장 8-9절에서 자신을 “모든 성도 중 가장 작은 자”라고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교회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받은 사명 때문’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다시 3-4년이 지났습니다. 바울은 이제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사랑하는 영적인 아들 디모데를 보고 싶어합니다. 그는 디모데전서 1장 15-16절에서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긍휼을 입은 까닭은 오직 그 삶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지고 모든 믿는 자들에게 본이 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음을 함께 고백합니다.
사도 바울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자신을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 관점은 자신으로부터 말미암은 가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의 가치가 결국은 ‘죄인 중의 괴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또 다른 관점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되 자신으로부터 말미암는 가치가 아닌 자신이 믿고 고백하는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죄인 중의 괴수에 불과했던 그느느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며 그 뜻을 담아두는 좋은 그릇’이 되어 모든 믿는 사람들의 본이 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자신에 대한 깊은 절망을 느껴본 적이 있습니까? 그 절망 끝에 여러분은 과연 어떤 결론을 얻었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의 영적인 상태를 점검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성경적인 자기 상담(Biblical Self-Counseling)의 과정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비춰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바울의 고백을 함께 나눕니다.“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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