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의 함정 | 이응도 목사 | 2011-11-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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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의 함정
몇 년 전 어느 교회 집회를 초청받아 간 일이 있습니다. 교회마다 문화가 있기 마련인데 그 교회는 우리 교회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특히 담임 목사님은 나이는 저와 같은데 목소리의 굵기나 표현만으로 보면 10년 이상 연배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첫 만남에서부터 뭔가 저와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를 방문했을 때 저기서 누군가가 두 팔을 벌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를 꽉 끌어안고는 “목사님, 사랑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담임 목사님이었습니다. 저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표현.... 약간 어색하기는 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금요일 저녁 첫 집회를 마쳤습니다. 그 목사님은 저를 예배실 입구에서 성도들과 인사를 시켰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평소에 저는 거의 형제들과는 악수를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매들과는 목례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당황했던 것은 그 목사님은 성도들과 허그를 하는 분이셨습니다. 물론 형제들과 찐하게 등을 두드리면서 허그를 하고,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들과도 격하게 허그를 하고, 자매들에 대해서도 악수를 섞어가며 허그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인사 끝에 늘 굵은 저음으로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성도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인사 끝에는 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잘 모르는 분들과 허그를 하는 것이 너무 어색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먼저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청하고 성도들이 먼저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 “저도요....” 혹은 “저도 사랑합니다.”라고 답변을 하고, 아니면 “반갑습니다.”라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고맙게도 “목사님, 은혜 받았습니다.”라는 말을 하면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이 교회는 정말 사랑이 많고, 표현이 풍부한 교회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당회장실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어떻게 저를 집회에 초청했는지를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교회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교회는 두 편으로 나눠져 있었고, 목사님은 다른 편에 대해 대단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매년 그 기간에 하는 집회였기 때문에 어느 목사님을 강사로 섭외했는데, 그것이 목사님 반대편에 있던 분들에게 마땅치 않았던가 봅니다. 결국 상담을 한다는 목사를 강사로 모시면 괜찮겠다 싶어서 잘 모르는 저를 강사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3일간 숙소로 가는 길, 교회당으로 오는 길에 저를 태워주셨던 장로님은 정말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목사님을 비난했습니다. 목사님 편을 드는 설교를 하지 않아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집회를 하는 내내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목사님과 장로님의 서로에 대한 비난은 계속되었고, 집회를 마칠 때마다 “사랑합니다.”와 찐한 허그 또한 계속되었습니다. 집회를 한 지 7개월이 지나서 그 목사님은 아주 가슴 아픈 과정을 거쳐서 사임하셨습니다. 교회 또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사랑의 표현이 그렇게 많았던 교회인데, 사랑을 마음과 삶에 뿌리내리게 하고, 사랑의 열매로 서로를 섬기는 일에 크게 실패한 교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요즘처럼 사랑에 대한 표현이 많은 시대는 없었습니다. 사랑은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며, 많이 고백할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표현과 고백이 마음 깊은 곳에 담긴 참된 사랑과 그 사랑을 실천하는 삶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오히려 관계를 병들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해!”라고 말하지 않으면 불안하십니까? 그래서 그런 표현을 강요하신 적이 있습니까?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내가 해야 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그 표현으로 “나는 지금 당신에 대한 나쁜 의도나 해칠 의사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역시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런 표현으로 어색함을 감추려 한다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들어도 또 들어도 좋은 말이 사랑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과 삶에 깊이 내린 뿌리가 없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에 숨어 있는 함정에 속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생각과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고, 믿음으로 순종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관계에 대한 불안함이나 심리적인 연약함을 그 고백으로 덮어두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관계가 불안할수록 더욱 헌신하고 수고할 일입니다. 참된 사랑의 실천이 있는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성도들과의 관계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 http://chodaepa.onm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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