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JFK 공항에 갔습니다.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조금 예민해져 있기는 했습니다. 필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빡빡함과 북적거림.... “에잇, 역시 JFK 공항은 뭔가 변화가 필요해... 사람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나....?” 투덜대면서 겨우 주차를 하고 터미널로 갔습니다. 미국 생활 10년이 넘어서면서 여유롭고 넉넉한데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1번 터미널에서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수속을 밟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지 빨리 나오지 않았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특히 그 시간에는 중국 북경에서 오는 사람들과 상해에서 오는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시간에 나오고 있었고, 독일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한 참을 기다려도 제가 기다리는 손님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금 피곤해진 저는 어디 기댈만한 곳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마침 둥근 기둥이 하나 있더군요. 그 기둥을 의지하고 있던 한 중국 여자 분이 남편과 아이를 향해 팔을 벌려 뛰어갔습니다. 빠르게 움직여서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편하게 기둥에 기대어서 손님을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남자가 제 앞에 섰습니다. 저보다 한 10cm 정도 작아 보이는 한 남자분이 사람을 찾는 큰 카드 하나를 들고 출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저의 제 앞에 바짝 붙어 섰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습니다. 좀 불편했지만 북적대는 분위기에 별 생각 없이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제 앞에 서 있던 그 분의 머리냄새였습니다. 소위 ‘장난이 아닌’ 냄새였습니다. 저는 그 좋은 자리를 그분에게 내주고 반대편으로 가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천성이 좀 게으른 편이라 그리 깔끔을 떠는 성격은 아닙니다. 하루 정도 머리를 감지 않고, 때로는 이틀도 견디기도 합니다. 젤이나 왁스 혹은 물의 힘을 빌려서 대충대충 외출을 하기도 합니다. 별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분 역시 그랬습니다. 외모는 그만하면 깔끔했습니다. 아... 그런데 역시 냄새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마도 공항 리무진 기사일 가능성이 많은, 멀쩡하게 생긴 그분의 뒤통수 냄새에 황급히 자리를 옮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큰 아들인 가일이가 저를 닮아서 좀 덤벙댑니다. 무엇인가를 빠뜨리고 오는 일이 많고, “앗차....”하면서 돌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가일이에게 “이 녀석아, 남자는 항상 자기 뒤를 잘 챙겨야 돼! 두고 오거나 정리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안돼!”라고 타이릅니다. 저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어쩔 수 없는 아빠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제 하나 더 가르쳐야 하겠습니다. 뒤통수에 대한 것입니다.
멀쩡하게 보일 수 있겠습니다. 저의 직분이나 외모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습니다. 하고 있는 일에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리무진 기사는 손님을 찾아서 목적지로 가면 되고, 저는 목사로 상담하고 목회하면 됩니다. 사람은 사람을 앞으로 만나기 때문에 그 ‘앞면의 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의 뒷면을 보여주게 되었을 때,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내 연약한 부분을 다른 사람이 느끼게 될 때 드디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은근히 기분 나쁘고 괜히 자리를 피하고 싶습니다. 보이는 것은 어떻게 처리를 할 수 있겠지만, 느껴지고 냄새가 나는 것까지는 처리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뒤통수를 조심해야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 냄새를 남기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할 수 있다면 나의 모든 뒤가 깨끗해야 하겠고, 모든 것에 깨끗할 수 없다면 늘 조심하며 늘 생각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함부로 나의 뒤통수를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지 않도록 말입니다. 사람들이 저의 앞을 보고 웃다가 뒤를 보고 돌아서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뒤통수, 늘 생각하고 만지며 살아야겠습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 http://chodaepa.onm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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