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이 꿈보다 클 때….” | 이응도 목사 | 2012-08-13 | |||
|
|||||
“당신의 기억이 꿈보다 클 때….” “너는 택한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며, 거룩한 나라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으로 시작하는 축복송을 처음 배우던 때기 기억납니다. 저는 이 찬양을 함께 부르면서 조금 특별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른 찬양들과는 달랐습니다. 곡이 특별히 경쾌하거나 감성을 자극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경 말씀으로 만든 가사가 많은 생각을 하게했습니다. ‘정말 그런가…. 나는 왕 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나라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80년 대 중반, 대학생으로 사는 것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대학가에는 매일 최루탄 연기가 가득했고, 청년으로서의 미래는 어두워보였습니다. 나는 비참한 역사의 현장에서 이렇게 참담한 마음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 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성경은 나를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요, 거룩한 나라라고 선언하고 있었고, 그것을 노래로 부르자니 무엇인가 찬양과 말씀에 대해 내면적으로 동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에 대하여 선언된 하나님의 말씀과 나의 삶의 현실과의 뚜렷하고 분명한 차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다윗이 왕으로 기름부음 받았을 때 그는 여전히 양을 치는 소년이었습니다.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선지자 사무엘이 직접 찾아와서 자신을 불러 세우고는 왕으로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 의미를 다 깨달아 알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기름부음은 받았으되 양치기 소년으로서의 자신의 삶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어느새 사울왕의 정적이 됩니다. 골리앗을 물리친 일부터 다윗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한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윗 주변에 몰리고 있었고, 늘 자신의 권력에 대해 불안해 하던 사울왕은 다윗을 죽이려 합니다. 다윗의 삶에 치명적인 위기가 반복됩니다. 사울왕을 피해 유대 광야를 헤매고 다니면서 그는 아마도 궁금했을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의 기름 부으신 사람, 이스라엘의 왕으로 부름 받은 사람인데, 왜 이렇게 목숨을 연명하며 도망자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나의 인생은 이대로 쫓기다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뜻과 보이는 두렷한 위기 속에서 그는 고민하고 방황하지 않았을까요? 만일 그가 낙심하고 절망했다면 그의 의심이 옳았을 것입니다. 그는 실패하는 인생을 살다가 먼지처럼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을 지켜냅니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녀도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그에게 기름 부으신 하나님이 그와 동행하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원수의 목전에 앉아도 그의 잔이 평강으로 넘칩니다.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심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요?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고 그는 그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는데 그와 함께 한 자가 사백 명 가량이었더라”(삼상 22:2) 그에게 같은 아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왕이 되었을 때 그와 같은 마음으로 모였던 모든 사람들은 충성된 장수가 되고 신하가 되어 평생을 다윗과 함께 합니다. 고난의 시기, 그는 믿음으로 담대하게 견디어 갔고, 하나님은 그에게 동지들을 허락하셨습니다. 그가 고난을 견디면서 자신에게 기름 부으신 하나님께 순종했을 때 하나님은 그의 사람들을 모으시고 훈련시키시고 영광의 때를 준비하셨던 것입니다. “당신의 기억이 꿈보다 클 때, 당신은 무덤을 향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현실의 고통에 두려워하고 마음을 빼앗길 때, 우리는 허락된 비전의 삶을 살 수 없다는 말입니다.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하나님이 내게 두신 거룩한 뜻은 과거의 어두운 진흙에 파묻혀 있게 될 것입니다. 만일 다윗이 자신이 기름 부음 받았다는 사실을 현실의 고통 속에서 잊어버렸다면, 혹은 그것을 부정하고 원망했다면 그는 성경이 자랑하는 다윗왕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하나님이 그에게 선언하시고 부어주신 은혜를 따라 살기로 결정했고, 어떤 시련과 고통의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자신의 현실로 받아들이고 살기로 결단했습니다.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꿈을 붙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어렵고 비참한 현실을 생각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여 하나님의 뜻에 집중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우리의 연약한 삶에 풍성한 열매로 맺힐 것입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