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예수를 잘 믿나요?" | 이응도 목사 | 2012-09-1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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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은 예수를 잘 믿나요?” 지난 금요일, 교회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막 빠져나가는 차량이 한대 있었습니다. 제가 교회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저를 따라 다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 두 분이 제가 이 교회 목사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교회를 좀 돌아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잠시 두 분을 모시고 교회당 한편에 앉았습니다. 교회의 형편과 상황 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한 분이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사님한테 질문을 하나 해도 되나요? 저는 말이지요, 목사님한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목사님은 예수를 잘 믿나요?” 당황한 저는 “예… 예수를 믿으니까 목회를 하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목회자가 예수님을 잘 믿는 교회로 나가고 싶어요. 우리 목사님은 예수를 안믿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까운 교회 권사님들이었습니다. 두 분 다 한 교회를 30년 이상 섬기셨다는데 요즘 그 교회에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교회를 떠날 결심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른 교회를 나가려고 하니 걱정되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교회에서도 이 교회에서 받았던 상처를 또 받게 될까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이에 있는 교회로 와서 어떤가 하고 둘러보다가 저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두 분이 돌아가시고 사무실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목사님은 예수를 잘 믿나요? 나는 목사님이 예수를 잘 믿는 교회로 가고 싶어요….” 어쩌면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참으로 절박하고 슬픈 질문이었습니다. 마치 저에게 준엄한 얼굴과 낮은 목소리로 묻는 것 같았습니다. “목회를 한다고 하는 너는, 하나님께 삶을 드렸다고 하는 너는, 이민 교회를 담임 목사인 너는, 스스로 크리스찬이라고 자부하는 너는 과연 예수를 잘 믿고 있는가? 예수 잘 믿는 목사인가?” 생각해보면, 요즘은 목회에 대해서도 참 유혹이 많은 시대입니다. 교회와 교회가 경쟁을 하고 목회자와 목회자가 서로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한 지역에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크게 차이가 없는 셀 수 없이 많은 교회들이 나타났다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목회자로서, 교회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한 사람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소위 성공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왜 목회자가 되었으며, 왜 이 지역에 이 교회가 세워져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은 낡고 필요 없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교회가 더 커지고 내 목회가 더 번성하며, 어떻게 하면 내가 실패하지 않고 버틸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예수는 잘 믿는 일, 예수 믿는 믿음을 증거하는 일보다 나를 위해서 처리해야 할 중요한 것들이 더 많은 목회자가 되기 쉽습니다. 어쩌면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 그 질문,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두 분의 권사님…. 저는 그 두 분의 질문을 하나님이 주시는 질문으로 받기로 했습니다. 그 분들과의 만남을 하나님이 제게 허락하신 만남으로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내가 그렇게 결정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런 마음을 주셨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몽둥이와 같은 질문이었고, 저를 깨우는 질문이었습니다. ‘어떻게?’를 묻는 것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무엇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예수를 잘 믿는 사람인가? 나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인가?” 저의 인생과 목회에 남은 후반전을 바라보며, 계속 질문하며 점검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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