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천사 김장훈 | 이응도 목사 | 2012-1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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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천사 김장훈 한국 사회에 ‘기부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돈을 벌게 되었으니, 빚진 마음으로 기부를 통해서 돌려준다는 생각 - 이 생각을 실천하기에는 팍팍하고 힘든 삶들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을 넘어서면서 한국 사회는 참 많이 변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소위 성공한 연예인들의 기부 문화였습니다. 인기 좀 얻었다는 연예인들은 너도 나도 자신의 소득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행사에 참여했고, 자신의 성공을 사회적인 은혜로 여기는 좋은 정신 문화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소위 ‘기부 천사’, ‘기부 바보’라는 별명을 얻으며 자신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해왔던 김장훈이라는 가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기부뿐만 아니라, 독도와 동해 표기 등 역사적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단순히 노래 잘 부르고 인기 많은 가수가 아닌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바른 삶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의 좋은 모범을 보였습니다. 때로 가벼워 보이고 때로 거친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따뜻한 마음과 의리 있는 언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팬이었습니다. 그의 힘 있는 목소리와 노래에는 무엇인가 속을 시원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그의 거침없는 행동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신앙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딱히 무어라 꼬집을 수는 없지만 저는 왠지 그에게서 신앙의 냄새를 맡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선한 이웃으로서의 기부문화를 뿌리내리는데 그는 참으로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수 김장훈, 늘 즐거운 에너지를 전 국민에게 주던 그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평소에 그와 친하게 지내던 ‘싸이’라는 가수와의 불화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언론의 보도를 다 믿을 수는 없겠지만 이제껏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면, 아마도 김장훈과 함께 공연을 기획하던 사람들이 싸이 측으로 옮겨가고 그들의 아이디어와 노하우 또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박탈감이 그로 하여금 좋지 못한 생각과 선택을 하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바라기는, 마음의 힘과 건강을 회복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은 좋은 공연과 삶을 계속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여전히 좋은 가수이고 좋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삶의 긍정적인 힘이 한국 사회에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다른 사람에 대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하던 사람이 왜 한 순간 절망하고 삶을 포기하려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는 소위 대의(大義)를 위해 살지만 삶의 작은 문제에 실패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가치에 헌신하는 삶을 살지만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많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한다고 하지만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성도로서의 우리도 비슷합니다. 신앙이 있지만 신앙의 생활에서 실패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성도이지만 성도로서의 삶에서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함께 모여 예배하지만 예배자로서의 일상의 삶을 사는 일에 실패하는 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큰 뜻, 중요한 일에 헌신하고 땀 흘리지만 일상의 삶을 구성하는 작은 일들에서의 건강함을 잃기 쉽습니다. 우리가 매일 갈등하고 고민하는 문제들을 보십시오. 우리가 가진 중요한 신앙적 가치들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관계나 감정들에 뿌리가 있습니다. 대의(大義)에 동의하지만 관계에서 실패하게 되고, 입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훌륭하지만 삶으로 그 메시지를 무력화하는 좋지 못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가수를 평가하거나 판단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가 당한 어려움을 통해서 우리가 너무 쉽게 빠지는 함정 하나에 대해 같은 고민을 나누고 싶습니다. 신앙이 있는 사람은 신앙으로 살아야 하고, 성도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성도로서의 삶을 일상화해야 합니다. 교회는 교회되게 모여야 하고, 예배하는 사람은 예배자로서의 삶에 성공해야 합니다. 이웃을 돕고 사랑을 실천하며 역사를 바로 세우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이웃과 관계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큰 일에 헌신하면서 작은 가치에서 무너지지 않아야 합니다. 작은 일에서부터 건강함을 회복하고 그 열매가 큰 일로 나타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김장훈, 그의 회복을 기대합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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