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님께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이곳 필라델피아에서 상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상담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안타까운 일들, 아쉬운 일들이 참 많습니다. 특별히 같은 신앙을 가진 성도들이 삶의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속적인 고통과 신음으로 지쳐갈 때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김선생님, 먼저 저의 부족한 글을 읽고 제게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거울이 되었고, 또 기억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지만 결국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시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삶이 만난 복잡한 문제로 깊이 신음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당신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고통을 다 아십니다." “하나님은 당신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이런 말들이 무슨 힘이 되고 위로가 되겠느냐는 말씀이 아니신지요?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도움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으로 읽었습니다. 마치 내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든, 내가 당하는 시험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이든 늘 잘 준비된 같은 대답이 쏟아져 나오고 시험과 고통을 당하던 나는 그 말들로 오히려 더 아프고 더 상처를 받게 된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예, 그 말씀에 충분히 동의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 나온 말들이 나와 상대방의 가슴을 적시지 못하고 그저 입술에서 귀로만 전달될 때, 우리는 너무 쉽게 말씀의 위로와 감동을 상실하게 됩니다. 그것은 마치 피 흘리는 외과 환자에게 마취제를 주사하고 "괜찮다.... 괞찬다.....다 괜찮다..."고 중얼거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선생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 제가 만난 부부가 있습니다. 재혼한지 3년이 된 부부입니다. 두 사람 다 10년 전 쯤 이혼을 했었는데 이혼의 사유가 비슷했습니다. 바로 젊어서 홀로 되신 시어머니의 과도한 간섭때문이었습니다. 4시간에 걸쳐서 그분들과 첫만남을 가지면서 그분들에게서 느낀 크고 두터운 벽이 두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 분들의 과거의 상처였습니다. 그 분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상처와 겪었던 오랜 세월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그 분들의 환경에 대한 두려움, 혹은 분노였습니다. 그 분들이 결코 부정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현존하는 환경으로서의 시어머니는 두 부부가 결코 쉽게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더군요.
문제는 그분들이 이미 그 높은 벽 앞에서 패배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두 분은 결혼 전에 이미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했고 신실한 신앙생활을 통해서 가정을 새롭게 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그 두 분이 상담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위기를 느낀 것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절망적인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그 판단의 근거는 말씀드린 그 두 가지 벽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이런 환경 속에서 고통과 시련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선생님, 저는 그분들에게 그들이 내린 결론을 '사탄의 거짓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 이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라는 절망, "우리는 이 시험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는 낙심, "왜 나는 항상 이런 환경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분노... "하나님은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또 주시는가?"라는 원망, 그리고, "하나님은 과연 나의 인생을 돌봐 주시는 분인가? 하나님은 나를 외면하신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 이 모든 것이 그 가정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신실하신 언약을 흔들어 놓으려는 사탄의 간악한 거짓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정이 보호되고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그 무엇보다도 이 거짓이 가정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요, 과거의 상처와 부정적인 환경이 하나님의 언약을 흔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김선생님, 같은 말씀을 김선생님께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신앙 생활을 하면서 우리 삶의 구체적인 문제와 복음의 거리를 너무 멀리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구원은 복음으로 받고, 삶의 구체적인 판단은 상식과 과학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삶의 영역에서 복음보다 강력한 기준은 없습니다. 복음의 원칙에 굳게 서서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내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는 쉽게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부족한 저의 상담실에서 제가 만나는 모든 도움이 필요한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동일한 원칙을 전하고 있습니다. 시험과 아픔, 문제와 시련의 현장에서 복음의 원칙을 지킬 것을 궁극적으로 권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선하신 하나님께서 늘 푸른 초장과 맑은 시내로 인도하심을 확인했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김선생님의 삶에 늘 맑고 투명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넘치시기를 소망합니다. 평강의 하나님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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