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되는 사람들' | 이응도 목사 | 2013-03-13 | |||
|
|||||
‘길이 되는 사람들’ 흔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합니다. 남미 우르과이의 대통령인 호세 무히카에게는 이 말이 딱 맞습니다. 그는 올해 78세가 되었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고 자신은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시골집에서 계속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무하는 시간 외에는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웁니다. 20년된 자동차를 끌고 다닙니다. 하지만 우르과이 모든 국민으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게 된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젊었을 때 품었던 그의 삶의 원칙과 가치를 지금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 많아 늙었으니까.... 원칙도 버리고 가치도 포기하고 열정도 사라지고 그저 하루 하루를 허비하면서 살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청년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그가 사회적으로 성공해서가 아니라 그가 청년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세월과 숫자가 그를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저희 교회는 올해부터 소위 ‘실버 사역’을 시작합니다.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청춘 합창단을 시작하지만 우리의 꿈과 비전은 크고 아름답습니다. 이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이 사역을 통해서 교회의 유익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 나오라고, 교회가 무엇인가 베풀었으니 교회에 대해 ‘출석’이라는 것으로 보상하라고 권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복음적 중립지대의 가치와 맞지 않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아무런 부담 없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원칙이 있습니다. 많은 교회가 실버 사역을 시작했지만 쉽게 지치거나 중단합니다. 이런 사역을 통해서 노인들을 ‘섬김의 대상’으로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쉽게 지치게 됩니다. 교회가 인적 자원과 재정을 사용하여 지역 사회 노인들을 섬기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할 수 있다면 보다 많은 교회가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쳐서는 안됩니다. 모이게 하고 먹게 하고 놀게 하고 돌아가게 하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그렇게 열정이 많았는데, 그렇게 탁월했었는데, 그렇게 헌신적이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이만하게 되었으니까 좀 쉬면서.... 섬김을 받으면서.... 평가나 하면서.... 라고 생각하는 순간, 성장이 멈춥니다. 성숙도 멈춥니다. 늙어가기 시작하고 퇴보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섬김의 대상이 될 뿐, 나를 섬기는 사람들의 나를 통해서 선한 삶의 의미를 얻도록 돕는 것일 뿐.... 나로 말미암은 어떤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실버 사역의 두 번째 원칙은 노인들을 ‘섬김의 대상’이 아닌 ‘여전히 섬길 수 있는 주체로 만드는 사역’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단한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역의 결과로 식었던 열정이 생겨나고, 남은 삶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내고, 무엇보다도 나도 교회와 이웃을 위해 무엇으로 섬겨서 내 삶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릴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이 시가 어르신들의 마음에 담겨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다른 사람이 걸어야 할 더 좋은 길이 되는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속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 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 http://chodaepa.com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