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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 이응도 목사 20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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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

        제가 미국 서부를 가면 꼭 빠지지 않고 만나는 한 가정이 있습니다.  박문옥 집사님이라는 분의 가정인데요, 지금 Las Vegas에 살고 있습니다.  1989년 3월에 인천 시민교회라는 곳에서 전도사와 집사로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좋은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박집사님 가정은 교회 건너편에 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전도사가 토요일 늦게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인천까지 허겁지겁오는 것이 불쌍하게 보였던지 올라갈 때마다 방을 한 칸 내어주셨습니다.  부인되시는 최집사님은 요리를 참 잘하셔서 토요일과 주일에는 정말 맛있는 식탁을 그 가정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때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시고, 사역이 힘들거나 문제가 생기면 따뜻한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역지를 옮긴 후에도 제게 베풀어주셨던 은혜와 사랑이 고마워서 계속 만나 뵙고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박집사님의 가정이 1994년 쯤 미국으로 갑자기 이민을 결정해서 서로 인사를 못하고 헤어졌는데, 저 역시 1998년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미국 온 지 5년이 지나서야 Las Vegas에 가서 그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참 반가웠습니다.  두 분 집사님은 이제 환갑이 되었고,  처음 만날 당시에 5살이었던 영인이는 의사가 되었고, 10살이던 상인이는 변호사가 되었고, 13살이던 정인이는 라스베가스에 있는 한 호텔의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 분들을 귀하게, 그리고 감사히 여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도사로 사역하던 초기에 그 가정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여러분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교회를 섬겨보니, ‘아... 이 일은 내게 잘 맞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는 성격도 급하고, 참을성도 없고, 성품도 별로 좋지 못한데... 과연 내가 교회 현장에서 버틸 수 있을까....?’  신학 공부도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가 없고, 사역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궁금한 것이 많아서 어찌할까 참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그 때 박집사님과 최집사님 두 분이 늘 힘을 주시고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뭐 딱히 대단한 일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따뜻하게 밥 해주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이제 갓 배운 신학에 저의 어리고 얕은 생각을 더해서 떠들어대면 그것을 귀담아 들어주시고, 맞장구를 쳐주시고, 때로는 토론도 해주셨습니다.  어린 저를 그래도 교역자로 대해주셨고, 또한 함께 놀아주신 것이지요.  저는 저의 20대 초반, 전도사 생활을 시작할 때 하나님께서 그 가정을 준비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큰 도움이 되고 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 함께 신앙의 여정을 가고 있습니다.  

        저희가 교회당을 지을 무렵 한국에서 한 가정이 저희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제 아내가 자랐던 삼천포교회 청년부 출신의 가정이구요, 아내에게는 선배가 되는 형제의 가정입니다.  십수년 만에 만나서 반가운 교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형제가 제게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저를 만난 것이 자신의 삶에는 참으로 큰 도움이 되고, 전환점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이미 잊고 있는, 제가 자신에게 해주었다는 이야기, 제가 했다는 설교, 저와 나누었다는 성경 공부들을 줄줄줄 말해줬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 바로 이런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 때’ 하나님은 어떤 사람을 준비해주셔서 우리를 만나게 하시고, 그 일을 하게 하시고, 그를 통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그렇게 도움을 얻고 힘을 받은 나는 또 어떤 시간에 어떤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의 삶에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계획하고 원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이 섭리하시는 바로 그 시간에, 바로 그 역할을 서로에 대해 하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에게 사람을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서로를 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시고 우리를 도우십니다.

        2013년에는 우리들에게 관계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이 만족하게 이뤄지기를 소망해봅니다.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그때 그 사람’이 되어 서로를 돕고 서로를 세울 수 있는 복된 만남들이 계속될 것입니다.

이응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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