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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느 한 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간다.” 이응도 목사 201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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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느 한 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간다.”

 

저희 가정은 지난 3주간 함께 미국의 서부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매 주말마다 방문했던 지역의 교회에서 상담 세미나가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는 집회를, 주 중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했습니다. 목회자로 다른 교회를 방문하고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기회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배우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습니다. 특히 이번 여행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역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새로운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고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도 알고 보면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잊혀 지지 않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제가 방문하고 상담 세미나를 인도했던 한 교회에서 만난, 지금 생각해보면 이름조차 묻지 못했던 한 분이 있습니다. 70이 넘은 연세에 말씀을 찬찬하게 하시는 참 고운 분이셨습니다. 3일 동안 여러 번 찾아오셔서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그 분은 얼마 전까지도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남편에 대한 분노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까지를 다 마친 후 이제 정말 죽어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차에 기름을 채우고 자신이 그 동안 봐두었던 절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 절벽은 사람도 잘 오지 않는, 노인 한 사람 쯤은 떨어져 죽어도 흔적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죽어서 남편의 마음에 아주 작은 상처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달리던 중에 아무 문제가 없었던 차가 뜨거운 광야 한 가운데서 서고 말았습니다. ‘그래, 나는 항상 이렇지. 죽는 것도 마음대로 안되지....’ 너무 화가 나서 차에서 내려서 무작정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것이 광야의 서편을 붉게 물들인 석양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자녀들만 잘 키우고 나면 꼭 죽음으로 복수하리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지난 40년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그 인생이 마치 지금 지는 해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비록 여전히 아픔이 있고, 여전이 상처로 얼룩진 인생을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니 하나님께서 미국으로 자녀들과 함께 보내시고,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도록 도우셨고, 지금은 보석같은 손주들까지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상처와 눈물만으로 얼룩지고, 분노와 증오만으로 지탱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서쪽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천천히 지고 있는 해를 보니.... ‘.... 참 아름답다.... 이렇게 하루가 가고 이렇게 내 인생이 지는 것인데, 참 아름다운 것이 인생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에 돌아와 한참을 울고 또 울었습니다. 독한 마음, 나를 스스로를 죽여서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40년을 살아왔는데, 살고 보니 그 인생에도 아름다움이 있고 그 인생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인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차에 시동이 다시 걸렸습니다. 천천히 차를 몰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모태신앙인데 왜 그렇게 쉬운 진리를 이제야 깨달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아파요, 인생이 참 아파요.....’를 외치며 상처와 아픔에 집중하다보니 자신의 인생에 허락하신 하나님의 아름다운 은혜와 사랑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 달 쯤 전에 제가 자주 방문하고 글을 쓰기도 하는 한 사이트에서 재미있는 제목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누구나 어느 한 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간다.”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장기 입원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담담히 정리한 것이었습니다.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그 어머니와 대화를 하는 중에 계속 그 글이 떠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인생마다 아픔이 있습니다. 가슴마다 눈물 고여 있습니다. 남들에게 보여줄 수 없고, 아프다 말할 수도 없는 깊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그 고통의 기억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제게 참 소중한 말씀 하나를 남겨주셨습니다. 그러한 인생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그 눈물의 세월을 버텨 자녀들과 함께 살아온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편 하늘 붉게 물든 노을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고,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서 새로운 해가 뜨면 새로운 힘으로 또 하루를 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참 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싶으십니까? 자신의 아픈 가슴을 한 손으로 어루만지며 다른 손을 뻗어서 다른 사람들의 어깨를 만져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붉은 노을처럼 더욱 아름답게 될 것입니다. 이 여정에서 여러분을 만나서 참 감사합니다.

 

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215-869-5703, edwin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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