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선대하며 축복하며 기도하라!” | 이응도 | 2015-01-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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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선대하며 축복하며 기도하라!”
제가 대학 다닐 때 썼던 시 중에서 모기에 대해 쓴 좀 유치한 시가 있습니다. 여름에 캠핑을 갔다가 모기 때문에 잠을 못자고 느낀 점을 썼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문장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 여름, 그렇지 않아도 덥고 짜증나는 밤인데 모기가 왱왱거립니다.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화가 나서 불을 켜고 모기를 잡기 시작합니다. 허공에 분노의 팔을 휘두르며 모기를 잡다가 문득...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는 모기일 뿐이고, 나는 나인데... 내가 화를 낼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 다른 사람의 눈물과 땀을 빼앗는 사람이 얼마나 많고, 세상에 부조리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그런 일에는 침묵하거나 굴종하면서 피 빠는 일이 본능인 한 낫 작은 모기에게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가...? 뭐 이런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여러분은 혹시 그런 때가 없습니까? 자녀에게, 남편에게, 아내에게, 또는 가까운 사람에게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분노를 쏟아내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없습니까? 차라리 남에게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 다른 사람에게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나의 가까운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쏟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없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대단히 악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감당하지 못할 해를 끼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나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뿐입니다. 내가 가진 원칙과 현재의 상황이 잘 맞지 않을 뿐입니다. 조금 기다리거나 용납하면 될텐데, 서로를 인정하거나 참으면 될 일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분노하고 판단하고 정죄하지는 않습니까? 그런 정죄와 판단 속에 내가 나를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나는 정작 분노해야 할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피하면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내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을 적의 위치, 혹은 적보다 더 먼 위치에 놓고 무차별 공격을 하고 있지 않습나까?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이 가장 자주 흔하게 발생하는 곳에 바로 교회입니다. 동의하십니까? 교회를 정의하면 무엇입니까? 그리스도의 몸이기도 하고, 함께 신앙을 고백하는 공동체이기도 하고, 서로 형제 자매된 관계이기도 합니다. 어느 것 하나 부정적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하는 교회는 아픔과 함께 할 때가 많습니다. 상처와 함께 기억될 때가 많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함께 연결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관계가 바로 교회인데, 우리는 서로에 대해 감사하거나 격려하는 일에 쉽게 실패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원칙이나 기대가 거절될 때, 이익이 충돌하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우리는 너무 쉽게 서로에 대해 분노하고 정죄하고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서로를 비난하고 공격할 권리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성도와 교회는 분노와 비난이 아닌 서로를 용납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공동체로 세움을 받았습니다.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권면하셨습니다.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눅 6:27-28)
이 말씀을 요약하면 무엇일까요? “사랑하며 선대하며 축복하며 기도하라!”입니다. 누구를 말입니까? 원수입니다. 미워하는 자입니다. 저주하는 자입니다. 모욕하는 자입니다. 예수님을 일부러 우리의 마음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을 거듭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도 기도할 수 있다면 우리의 형제들, 자매들, 교회와 성도들, 가족들을 위해서도 사랑하며 선대하며 축복하며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며 선대하며 축복하며 기도하라!” 이 네 가지 명령은 실은 한 가지 명령의 다른 표현들입니다. 내 마음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사람들, 나의 원수요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요, 나를 저주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을 향한 거룩한 마음의 표현들입니다. 서로를 기도하는 사람은 서로를 위해 수고하는 사람입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은 서로를 용서하고 용납하는 사람입니다. 비판의 잣대와 분노의 마음이 아닌 자비와 이해로 서로를 만나는 사람입니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은 서로를 향해 하나님을 닮은 거룩한 마음을 품습니다. 그 마음으로 수고하고 헌신하고 그리고 기도합니다. 2015년, 이 말씀에 순종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의 자녀의 삶으로 빛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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