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성도 보통씨의 김밥 | na kim | 2018-10-09 | |||
|
|||||
성도 보통씨의 김밥 (16)
‘이성미’라는 개그우먼이 있습니다. 허를 찌르는 재치있는 개그로 꽤 유명합니다. 얼마 전에 한 토크쇼에서 김밥에 얽힌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습니다. 코메디언 중에서 의외로 유년시절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성미 또한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자리가 비어있었고, 아버지의 질서 없는 삶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겪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부모가 함께 있는 집이 아닌 혼자 기거하는 자취생활이 많았습니다. 중1-2학년 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한 친한 친구가 소풍을 준비하면서 ‘성미’의 딱한 사정에 동정이 갔습니다. “성미야, 내일 아침에 우리 집에 와. 내가 엄마한테 말해서 내 김밥을 쌀 때 네 김밥도 같이 싸라고 할께!” 성미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흥분했다고 했습니다. 처음으로 소풍을 가면서 김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찍 친구의 집으로 갔습니다. 친구의 어머니 또한 성미를 위한 김밥을 기꺼이 싸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친구의 집 또한 방 한 칸에 부엌이 딸린 가난한 집이었습니다. 친구의 어머니가 김밥을 싸시고, 두 친구는 도란도란 소풍을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어머니에게서 그리운 ‘엄마’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때 친구의 아버지가 출근을 하면서 그 모습을 봤습니다. 뭐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친구가 조심스럽게 성미를 소개하고, 오늘 소풍을 가는데 친구 김밥도 같이 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크게 화를 냈습니다. 김밥을 싸고 있는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았습니다. “이 미친 X이,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왜 저런 쓸데없는 X 김밥까지 싸줘!” 싸고 있는 김밥이 공중에 날아갔고, 성미는 그 자리를 뛰쳐나왔습니다. 그 이후에 개그우먼 이성미는 단 한 번도 김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김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사람을 웃기는 직업인 개그우먼 이성미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세상에 나가서 돈을 벌기 위해 칼날보다 예리한 관계들을 헤쳐 나가야 할 겁니다. 자신의 몸을 팔고 노동을 팔아서 가족을 부양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작은 여유도 발휘할 수 없는 각박하고 차가운 삶이 반복되고 있었을 겁니다. 자신의 힘든 마음과 분노를 어디엔가 터뜨리고 싶었을 겁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한 소녀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아마도 그 아버지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버리고 출근했을 것입니다. 다시 칼날 같은 찬 바람 부는 세상과 맞서서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세상에서 경험했던 그 칼날은 소녀 성미의 마음에, 성미를 좋아했던 친구의 마음에, 딸의 친구를 동정했던 어머니의 마음에 깊이 꽂혔습니다. 우리는 흔히 성경 로마서를 바울신학이 가장 잘 정리된 성경이라고 말합니다.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는 구원’이라는 주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마음에 품고 사랑하는 로마 교회의 성도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성경은 신학만을 말하는 차가운 성경이 아닙니다. 신학은 사람에게 하나님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과정입니다. 하나님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단어는 무엇일까요? 예수 그리스도이며 십자가이며, 곧 사랑입니다. 로마서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잘 표현된 성경입니다. 로마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11장까지 로마서는 복음이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12장부터 ‘그러므로...’라는 말로 시작하는 성도의 삶에 대해 말합니다. ‘이신득의’(以信得義) 사상과 함께 로마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1절과 2절입니다. 함께 읽으실까요?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1-2) 그리고 바울은 15장과 16장에서 아주 구체적인 사람들을 언급하고 그들의 삶에 대해서 말합니다. 함께 동역하는 성도들을 소개하고 서로 연락하고 기도라하고 권면합니다. 함께 교회되고 성도된 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을 언급합니다. 15장과 16장은 인사말이면서 로마서 전체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15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믿음이 강한 우리는 마땅히 믿음이 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지니라”(롬 15:1-2) 연약함이 수치가 되지 않는 교회, 각자 받은 은혜로 서로의 연약함을 채우는 교회, 서로의 기쁨을 위해 섬기고 헌신하는 교회 - 사도 바울이 로마 교회에 전하는 복음입니다. 성미의 김밥.... 14세 소녀 성미가 결코 먹지 않는 김밥, 50이 되고 60이 되어도 결코 삼킬 수 없는 고통스런 기억과 함께 하는 김밥.... 우리는 이 김밥을 서로 나누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힘들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고, 내 가슴에 부는 삭풍을 나보다 연약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패인 칼자국으로 남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교회는 내가 만난 겨울 칼바람을 따뜻한 봄바람으로 바꾸는 ‘하나님의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바람이 하나님의 은혜로 변화되는 사람들이 교회입니다. 그 은혜를 기대합니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