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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경험하다. na kim 2018-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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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경험하다.

 

혹시 여러분은 죄책감을 최초로 느낀 기억이 언제쯤이십니까? 저는 아주 어린 나이에 있었던 한 가지 일로 인해서 좀 일찍 죄책감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께서 거제도에 있는 지세포 교회 강도사로 약 3년 정도를 섬기셨습니다. 그곳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습니다. 교회당을 중심으로 탁구대가 있는 교육관이 조그맣게 있었고, 딸기와 귤이 있는 정원이 있었고, 목회자 사택이 있었습니다. 정원과 사택 사이 한쪽에 빨래터를 겸한 우물이 있었고, 교회당 너머에는 교회당을 관리하시는 할머니 권사님이 사셨습니다. 한 다섯 살 쯤 되었을까요?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머니께서 건너 편 할머니 권사님 댁에 가서 소금을 얻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짐작하실텐데.... “할매요.... 울 엄마가 소금 얻어오라카던데요...”하고 갔다가 밥주걱으로 뺨을 세게 후려 맞았습니다. 무서워서 울면서 도망을 왔습니다. 아마도 제가 어떤 특별한 이유로 소금을 얻으러 이웃집에 가서 뺨을 맞고 돌아오는 마지막 세대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교회당 아래쪽에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잘 살아서 유일하게 TV가 있었던, 그런데 딸이 벙어리였던 집이 있었고, 교회당 주변으로 성도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습니다. 동네 꼬마들이 날만 밝으면 교회당으로 모여서 놀았고, 놀다가 야단맞으면 들판으로, 산으로, 바다로 나갔습니다. 교회당 뒤편에는 저수지가 있었고, 저수지 위로 맑은 개울들이 있었고, 그리고 겨울이면 고드름이 송송 열리는 작은 계곡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저의 죄책감과 관련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3-4명이 친구들과 교회당을 누비면서 놀다가 바닥에 떨어진 동전들을 발견했습니다. 교회당 뒤쪽에는 성미를 모으는 함이 있었고, 그 위에 헌금봉투를 칸칸이 꽂아놓는 나무로 만든 가구가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 당시 저희들로서는 꽤 큰 가치가 있었던 동전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우와아~~~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전을 주워서 동네 구멍가게로 갔습니다. 천국의 맛을 봤습니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습니다. 어린이 예배를 드린다고 교회당으로 갔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한 살 많고 항상 행동이 앞서는 동화라는 친구가 매를 맞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여집사님이셨던 동화의 어머니가 손바닥으로 무자비하게 동화를 때렸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니놈아... 도대체 뭐가 될려고 교회에서 헌금을 훔치냐! 어디서 그런 못된 버릇을 배웠냐!” 알고 보니 문제의 바로 그날, 교회당 바닥에 떨어진 동전맛을 본 동화가 혹시나 하고 헌금 봉투를 탈탈 털어보다가 기도하러 오셨던 어머니에게 들킨 겁니다. 눈앞에서 몇 주 전에 짜릿한 동전의 맛을 함께 나누던 친구가 무참하게 맞는 것을 보면서, 그 친구의 도움을 청하는 애절한 눈빛을 보면서,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절망과 분노를 보면서... 그리고 만약 아버지께서 이 일을 아실 경우에는 나는 유명을 달리하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계속 구경군 모드로 서 있기만 했습니다.

 

나도... 당신의 아들과 함께 그 일을 했었노라고... 우리가 알고 한 건 아니고... 동전이 떨어져 있어서 주운 것 뿐이라고... 다시는 안그럴테니 좀 용서해주시면 안되겠냐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두려웠고, 그 친구를 볼 때마다 미안했고, 혹시 넘어지거나 다치면 그 일 때문에 하나님이 벌을 주는 것 같고... 하나님이 저를 지켜보시는 것 같아서... 교회 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고...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린 저는 그렇게 하나님을 배웠습니다. 하나님을 의식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그 사건이 시작도, 끝도 그리 좋지 못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죄의 문제와 하나님을 의식하도록 도왔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교회에서만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에 대한 경험의 터전을 교회로 한정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하나님은 정복하고 다스릴 것을 명령하셨고, 우리는 담장 안에 갇혀있는 교회뿐만 아니라 담장을 넘어서는 복음의 능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직장에서 우리는 내가 경험하고 은혜를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야 합니다.

 

어느 듯 12월입니다. 독자들의 가정과 삶에 하나님과의 귀한 사귐의 경험이 있는 한 달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지난 한해 우리에게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게 하신 우리들 서로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하나님은 날로 더 아름다운 교제를 허락하시고, 우리를 더욱 든든히 세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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