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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김나래 202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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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좁은 문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무엇을 생각하셨습니까? 만일 앙드레 지드라는 이름을 기억해내셨다면 청소년 시기에 낭만적인 소설을 좀 읽으신 겁니다.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소설가이면서 평론가였던 앙드레 지드는 좁은 문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20세기, 전쟁의 공포 속에 흔들리던 청년들의 마음에 낭만적인 사랑을 일깨웠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4세 소년 제롬은 방학 때 외삼촌의 집에 놀러갔다가 2살 연상인 사촌 알리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알리사 또한 제롬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사촌간의 사랑이 자신들의 신앙과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한 예배에서 목사는 마태복음 713-14절의 말씀으로 설교합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알리사는 이 말씀을 듣고 자신의 신앙과 성경적인 윤리를 지키는 이상적인 사랑을 결심합니다. 제롬과의 사랑이 자신의 영적인 삶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릴 것으로 판단하고 요양원으로 피해버립니다. 그곳에서 제롬을 그리워하고 그런 자신을 자책하다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제롬은 현실적인 사랑을 원합니다. 사랑이 없다면 천국도 없다...고 말하면서 알리사를 설득하려 합니다. 신앙을 지키려는 알리사와 사랑을 이루려는 제롬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었습니다. 제롬은 요양원에서 죽어간 알리사의 일기를 발견하고, 알리사가 자신을 그리워하면 자신이 그 강을 넘어와주기를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합니다. 알리사의 동생 줄리에트가 제롬에게 말합니다. “이제는 잠에서 깨어나야 해!” 소설은 그렇게 끝납니다.

 

왜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사랑 이야기가 좁은 문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얻었을까요? 과연 알리사가 선택한 길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좁은 길이며, 제롬이 들어가지 못한 문은 성경이 말하는 좁은 문일까요?

 

이 소설은 모든 인간에게 있는 본능적인 욕망과 인간이 지켜야 하는 신앙과 윤리 사이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앙드레 지드 자신이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결국 2살 연상의 사촌누이와의 결혼을 했습니다.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사촌간 근친 결혼이 합법이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비난을 받았지만 사회적으로 합법이었던 근친결혼생활을 하면서 그는 자신이 가지 않았던 길, 자신이 들어가기를 거부했던 선택에 대한 고민을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좁은 문이며, 무엇이 넓고 편한 길일까요? 소설에서 결국 신앙과 윤리를 선택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알리사가 좁은 문으로 들어갔고, 제롬 역시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받아들인 것일까요? 그래서 소설과는 달리 누이와의 사랑을 이룬 앙드레 지드 자신은 넓고 편한 길을 걸었을까요? 소설을 그렇게만 보시면 문학을 단편적으로 보시는 겁니다. 오히려 앙드레 지드는 자신이 가지 않은 길과 들어가지 않은 문을 소설을 통해서 보여주면서 무엇이 더 험하고 힘든 길이었는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이상적인 사랑을 선택한 알리사는 마치 좁은 문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이 신앙과 율법으로 만들어진 허위와 위선의 편안한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니었는지 고민합니다. 가치에 헌신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오히려 넓고 편한 길일 수 있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신앙적인 갈등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지킨 것에 대해 그것 역시 그리 넓기만 한 길을 아니었음을 소설을 통해서 호소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수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눈물 흘리게 했던 이유가 됩니다.

 

대부분 우리는 가치와 욕망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바울도, 베드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도 자신의 소원과 하나님의 뜻 사이에서 기도하셨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당위(當爲)인 것이 내게는 불합리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옳다고 주장하는 일도 내게는 부당할 수도 있습니다. 성경을 보면 너무 간단하게 대답하는 것 같은데 삶의 현실에서 우리는 주저하고 갈등합니다. 무엇인 정말 좁은 길인지, 무엇이 좁은 문인지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욕망의 옷을 입은 가치와 가치로 포장된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어느 지점에 있을 좁은 문과 좁은 길을 찾아서 우리는 오늘도 고민하며 기도하며 길을 걷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서 좁은 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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