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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곁에 있어요.” 김나래 202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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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곁에 있어요.”

보스톤에 있는 Massachusettes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Steve Locke’라는 한 교수가 자신이 경험한 일을 페이스북에 공유했습니다. 그는 흑인입니다. 그는 점심 식사를 하러 학교 주변에 있는 식당에 가는 길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인근 지역에서 한 흑인이 백인 여성이 살고 있는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도둑질을 했는데,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범인은 흑인에, 160 파운드 정도의 덩치에, 니트로 만든 모자를 쓰고, puppy coat를 입었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자신은 대학 교수이고 잠시 식사를 하러나왔으며 범인의 인상착의와도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경찰은 일단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리저리 정보를 맞춰보던 경찰은 결국 피해자를 그곳까지 불렀습니다. 한 백인 여자가 저쪽 편에서 경찰들과 함께 서서 천천히 자신을 관찰했습니다.

 

수치심과 분노를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수갑을 차고 있고, 경찰들에 둘러싸인 자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너무 불편했습니다. 나도 소리치며 그들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압니다. 그랬다면... 자신이 당하는 대로 돌려줬더라면... 감정대로 대응했다면... 또 한 사람의 조지 플로이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떨리는 몸과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을 때... 건너편에서 자신을 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같은 흑인이었고, 키가 작은 여성이었습니다. 멀리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자세하게, 그리고 찬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찰이 자신을 범죄자 취급을 하고, 피해자라는 여인이 자신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이 의심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내가 당신을 잘 알고 있고, 당신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을 느꼈습니다. 그는 그 시선을 느끼면서 호흡을 조절합니다. 무언의 교감이 이뤄집니다. 누군가 나를 지켜봐준다는 사실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점심시간이 다 지나서야 신분을 확인하고, 범인이 아닌 것 같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들은 후에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자신이 당했던 일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가 글을 쓰면서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익명의 한 흑인으로 거리에서 경찰에 잡히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경찰과 같은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볼 때, 아무도 자신의 편에 서주지 않을 때.... 그들과 다른 시선으로 자신을 지켜봐 준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흑인 여성입니다. 당신은 혼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며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준 여성이었습니다. 자신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도록 같은 자리에 서주었던 여성에 대해 그는 깊은 감사를 표현했습니다.

 

마태, 마가, 누가복음이 함께 기록하는 한 사건이 있습니다. 어느 중풍병자를 친구들이 예수님이 말씀을 전하시는 집의 지붕 기와를 뜯어내고 그 병자를 침대와 함께 내려 보냈습니다. 집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선택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성경은 그 사건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침상에 누운 중풍병자를 사람들이 데리고 오거늘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안심하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9:2)

 

여기서 강조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믿음입니다. 예수님의 시대, 인생이 경험하는 불행과 고통을 죄와 연결해서 해석했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병에 걸린 것을 보니 큰 죄를 지었음에 틀림이 없어....라는 식의 해석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이 중풍병자의 친구들은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해석하고 판단하든 우리는 이 친구를 사랑하고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신들의 친구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과 같은 편에 있지 않고... 친구의 편에 서서, 연약한 자의 편에 서서, 고통당하는 자의 편에 섰습니다. 이 친구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헌신을 예수님은 믿음으로 해석하셨고 그 믿음 위에 죄 사함의 은혜를 설명하십니다.

 

어려운 시대입니다. 마음으로, 땀으로. 삶으로... 서로의 곁을 지키는 교회가 됩시다. 서로에게 좋은 친구와 이웃이 됩시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병든 세상, 침상에 누운 이웃들에게 좋은 이웃이 됩시다. 예수님은 그것을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믿음으로 받으시고 믿음에 합당한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그들의 믿음을 보고 병자를 고통에서 해방시키셨던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면서.... 우리도 세상 곳곳에 놓여 있는 장벽과 지붕을 뜯어내고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부어넣을 수 있는 성도와 교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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