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내 아들아.... | 김나래 | 2020-10-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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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내 아들아....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어머니를 보고 있습니다. / 걸레처럼 찢겨진 몸둥아리....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에 팔레스틴의 붉은 태양이 이글거립니다. 말라붙은 핏자국 위로 파리 떼가 윙윙거립니다. 아들의 피가 흘러내린 젖은 땅을 어머니가 딛고 서 있습니다. 마리아는 피가 마르지 않은 십자가 밑둥을 / 아들 예수의 못박힌 발과 함께 끌어 안아봅니다.눈물 조차 말랐습니다. / 사랑하는 아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들아... 이것이 네가 원하던 길이더냐....’ 아들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완전히 알지는 못해도 그 아들이 하는 일은 다 옳은 일이려니 했습니다. 아들의 손에 일어나는 수많은 기적과 그 입술에서 터져나오는 엄청난 가르침에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저 아들이 과연 내 배에서 나온 아들인가...’ / 때로는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답기까지한 가르침들이 조그만 입에서 쏟아져 나올 때면 정말 하나님의 아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씩은 / 그 가르침 속에 나타난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갈기갈기 찢겨진 몸뚱아리로 / 헐떡이며 십자가에 걸려 있습니다.
예수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 눈물 한 방울 떨어져 어머니의 발등을 적십니다. 33년을 살아오면서 어머니를 위해 처음 흘리는 눈물이었습니다. 예수의 메마른 입술이 열리며, 젖은 목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어머니....어머니... 보십시오... 여기 당신의 아들이 있습니다.” ‘나의 아들이라고... 나의 아들이라고.... / 그래, 예수 너는 나의 아들이야....내 아들이지..... 암 자랑스런 내 아들이고 말고..... / 그래, 아들아. 고맙구나. 자랑스럽구나’ 마리아는 3년전 가슴에 맺혀 꼭꼭 숨겨 두었던 모든 배신감과 의문이 한꺼번에 하늘로 훨훨 날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어머니가 여기 있다...’
예수의 닫혔던 입술이 다시 열립니다. “요한아!” 마리아를 부축하고 있었던 제자 요한이 놀라서 대답합니다. 스승이 자기를 마지막으로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예, 선생님, 저 여기 있습니다.” “여기 네 어머니가 보이느냐? 자, 네 어머니다...” 요한과 마리아가 함께 놀라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의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라고? 마리아가 나의 어머니라고...?’ ‘요한이 나의 아들이라고.... 그럼 너는... 예수 너는.....’ 예수의 외마디 소리가 섬광처럼 온 유대의 하늘에 퍼져 갔습니다. 그는 죽고 말았습니다. / 지성소의 휘장이 찢어졌고 어둠이 온 하늘을 덮었습니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나타난 이상한 현상에 대해 수군거렸습니다. 하지만, 비틀거리며 골고다를 내려오는 마리아에게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들 예수를 따라 유대땅을 누비고 다녔던 지난 3년이 한 장면 한 장면 새롭게 마음 속에서 되살아납니다. 마리아는 자신을 부축한 요한을 올려다보았습니다. / 요한 또한 마리아를 부축하면서 무엇인가 생각이 가득한 눈빛으로 마리아를 보고 있었습니다. 죽어가던 아들이 마음에 심어준 한 마디를 생각하며 마리아는 휘적휘적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요한은 마리아를 모시고 살았고,/ 초대 교회 모든 성도들은 한 가족이 되어 서로를 형제, 자매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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