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되다. | 김나래 | 2021-05-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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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좀 먹먹하고 무겁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좋은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참 아끼시고 좋아하셨는데... 제게는 아버지에 대한 벽이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이 옳다고 변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말을 해도... 제가 좋은 아들이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버이 주일이 되면 늘 괴롭습니다. 말씀 준비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닙니다. 한번은 대학에 다닐 때 교회의 일로 아버지께 다른 성도들이 보는 앞에서 크게 항의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비 오는 날에 먼지가 나도록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때 저는 너무 정의롭고 정당했습니다. 대학생이되면서 중고등부 교사를 했고, 교회 행정에 대해 교사로서 담임 목사님인 아버지께 의견을 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잘잘못이 분명한 일이었는데 아버지는 결정을 미루셨습니다. 교회가 이러저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더 이상 교사를 하지 않겠다고... 좀 대단하게 아버지께 대들었습니다. 많이 입장이 곤란하셨을텐데.... 그냥 알겠다고만 하셨습니다. 지나고 보니 무슨 일로 그랬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만큼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구요... 다만 제가 꽤 목소리를 높였다는 것과 아버지의 표정이 기억납니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버지는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어떤 느낌이었을까....? ‘이 녀석 머리 좀 컸다고.... 감히....’ 화가 나셨을까? 아니면 ‘많이 컸네, 이 녀석...’하고는 그냥 귀엽게 여기셨을까?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서 소리치는 저를 물끄러미 보시던 그 표정을....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를 생각해도 여전히 읽을 수가 없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신앙의 선조들 중에서 가장 예수님의 잘 예표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요셉입니다. 그의 인격과 신앙은 늘 모든 성도의 거울이 되고 교훈이 됩니다. 하지만 그가 딱 한 번, 아버지 야곱과 대립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자녀들을 야곱이 축복하는 자리였습니다. 요셉이 애굽에서 낳은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열두 지파의 반열에 얼리겠다는 결정을 하고 야곱은 차자였던 에브라임에게 장자의 축복을, 장자였던 므낫세에게 차자의 축복을 합니다. 요셉의 생각과 기대와 충돌하는 장면이고 성경은 이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의 아버지에게 이르되 아버지여 그리 마옵소서 이는 장자이니 오른손을 그의 머리에 얹으소서 하였으나 그의 아버지가 허락하지 아니하며 이르되 나도 안다 내 아들아 나도 안다 그도 한 족속이 되며 그도 크게 되려니와 그의 아우가 그보다 큰 자가 되고 그의 자손이 여러 민족을 이루리라 하고 그 날에 그들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이스라엘이 너로 말미암아 축복하기를 하나님이 네게 에브라임 같고 므낫세 같게 하시리라 하며 에브라임을 므낫세보다 앞세웠더라”(창 48:18-20)
아버지라면 반드시 감당해야 할 두 역할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녀를 축복하는 일입니다. 둘째, 삶과 축복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게 하는 일입니다. 야곱은 평생 그 섭리를 거스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누가 봐도 자신보다 나은 아들 요셉 앞에서 그는 하나님의 섭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평생 자신의 뜻으로 뛰고 욕망으로 굴러서 결국 이렇게 된 삶을 보면서 깨달았던 믿음과 지혜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아들아, 안다...나도 안다. 니 마음에 무엇이 요동치는 지 안다. 무엇에 분노하는지, 무엇에 눈물짓는지, 무엇을 옳다고 생각하는지 내가 안다. 나도 그랬었다. 그런데 아들아, 내가 이제서야 알겠다. 살아보니 알겠고, 눈물 흘려보니 더욱 알겠다. 나는 원래 작은 자였고, 은혜 아니면 살 수 없는 못난 사람이었다. 내 아비의 축복이 나를 비켜갈까 두려워하고 분노했었다. 연약했기에 비겁했고 가진 것 없었기에 욕망했었다. 아들아, 내 험악한 인생의 끝에서 이제야 내가 알겠다. 알기 때문에 너의 이 두 아들, 이렇게 축복한다. 인생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을 때 가장 아름답고, 하나님께 순종할 때 가장 선하다.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해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기 때문에 순종하는 것이다.”
어버이의 날에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저의 아버지됨을 고민합니다. 저를 보시던 아버지의 시선과 자녀에 대한 저의 시선을 고민합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인도하심이 간절히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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