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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ant to...." 김나래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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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want to...."

지난 주에 재미있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자꾸 제 눈에 밟히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딱히 홈리스라고 하기에는 좀 멀쩡하고, 홈리스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상했습니다. 지켜봤습니다. 길 모퉁이를 떠나지 못하고 쪼그려 앉았다가 사람들에게 다가섰다가 거절당하면 다시 사라졌다가...를 반복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고, 제가 먹을 샌드위치를 사서 나오는 길에 다시 그를 봤습니다. 반대방향으로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앉았는데.... 에잇.... 정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가게로 들어가서 같은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샀습니다. 건너편에 서 있는 그에게 다가섰습니다. 친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Hey, Bro... 점심 먹었니?”

아니

이거 내가 먹는 점심과 같은건데 너 먹을래? 여기 음료수도 있어.”

 

당연히 웃으며, 고마워하며 손을 내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반응이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그는 어눌하게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아니, 나는 필요없어. 그런데 고맙기는 해”(No, I don't need it. But, thank you!")

 

저는 돌아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괜히 오지랖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 길을 건넜는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니가 정말 나한테 그걸 주기를 원하면.... 나한테 줘도 돼!”(If you really want to give it to me, yes... you can!"

 

그는 두 번 세 번 그 말을 반복했습니다. 길을 건너서 그에게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건냈습니다. 그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건물 한 구석진 곳에 앉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했던 말이 재미있어서 웃었습니다.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가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저는 그와 함께 식탁을 나누는 것을 원했을까요?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저의 점심식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마지못해서 그에게 음식은 건낸 것이 아니라.... 정말 저의 진심(眞心),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으로 그와 함께 하나님이 내게 주신 식탁을 나누기를 원했을까요?

작년 이맘 때 오랜만에 친구 목사님들끼리 만나서 식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서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한 목사님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팬데믹 - 예배도 못드리고, 심방도 못하고.... 목회자로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요즘 뭐하는지 물었습니다. 저 역시 딱히 뭐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우리 교회는 필라 시내로 가서 홈리스들을 먹이는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했습니다. 그 다음 주부터 그 교회도 홈리스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저희 교회가 나가는 시간과 비슷한 시간에 필라에서 아주 열심히 음식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 주 중에 그 목사님이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 한 1년 홈리스 사역을 했는데.... 정말 초대교회에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 사역을 통해서 오히려 교회와 성도들이 살아났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홈리스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역을 통해서 하나님과 교통하고 교회와 성도들이 내 안에 있는 말씀과 믿음을 나의 삶 밖으로 끌어내는 경험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목사님께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교회는 서로 그렇게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주님의 마음을 배우고 생각을 배웁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우리의 소원으로 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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