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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느 한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간다.” 김나래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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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느 한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간다.”

 

저는 지난 여름 40여일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거의 20년 만에 방문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게 가장 중요했던 일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우선순위에 있는 한 분이 있었는데요, ‘김재식’이라는 분입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직장을 다니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가장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쓰러집니다.  온 몸의 근육이 무력해지는 희귀한 질병입니다.  13-4년이 지난 지금은 병세가 더욱 심각합니다.  그동안 간병을 하면서 가정 경제가 무너지고 국가의 도움과 그 가정을 사랑하는 선한 이웃들의 도움이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가 자신과 함께 병실에서 절망적인 상황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쓴 글이 ‘누구나 한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간다’는 글이었습니다.

 

6인실 병실에 새로 들어온 부자가 있습니다.  20대 중반을 잘 생긴 청년과 아버지입니다.  그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막 직장을 얻었는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육신은 회복이 되었는데 기억을 잃었고 어린 아이의 마음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아들에게 희망을 걸고 살아왔던 아버지는 절망합니다.  아들과 함께 병실에서 생활하면서 마음에 끓는 분노와 절망을 제어하지 못합니다.  아들에게 욕을 하고 때리기도 하고, 또 부등켜안고 울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봤다가.... 나중에는 이해하게 됩니다.  ‘얼마나 화가 나고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자신의 삶의 전부이면서 자랑이던 아들이.... 어린 아이처럼 변해서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다보니 자신은 또 어떻습니까?  그 아버지나 자신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 우리가 다 어느 한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아가지....’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에 다른 환자들과 가족들은 어떻습니까?  병실을 벗어나면 어떻습니까?  다른 병실의 환자들도 그렇습니다.  다들 문드러진 가슴을 부등켜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면 병원을 벗어나면 어떻습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사는 사람들은.... 여러분과 저는 어떻습니까?  우리는 썩고 문드러진 아픔 없이 늘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까?

 

그래서 김재식씨는 깨닫습니다.  그래, 누구나 다... 모든 사람이 썩고 문드러진 가슴 한 쪽을 붙들고 살아가지... 나는 이런 모습으로, 이웃들은 저런 모습으로.... 그래서 서로 정죄하거나 손가락질하지 말고, 서로 불쌍히 여기고 서로 토닥거리며 살아야겠다.... 

 

저는 이 분에게서 삶에 대한 해석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배웁니다.  이 분이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아이디는 ‘희망으로’입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삶은 내게 절망을 안겨주지만 나는 주님이 주시는 희망으로 살겠다’입니다.  저는 이 분의 고백에서 요셉의 고백의 흔적을 찾습니다.  “형님들은 내 삶에 절망을 안겨주었지만 하나님은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셨습니다.  형님들, 나는 그 희망으로 형님들을 대하겠습니다.”라는 아름다운 고백은 결국 요셉이 만났던 고난과 시련, 그리고 그가 만난 새로운 삶의 환경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요셉은 자신의 삶이 하나님의 뜻과 계획 가운데 있고, 세상이 주는 어떤 시련과 고통도 자신을 절망하게 만들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자신의 삶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며 삶의 여정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과정인 것입니다.  

 

비록 김재식님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두 자녀는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마음은 서로를 위로하게 하고 어루만지게 하고 강하게 합니다.  질병이 그 가정을 지배하지 않도록 합니다.  질병으로 말미암는 가난과 고통의 세월에 그들은 더 서로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과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글로 표현합니다.  “누구나 한쪽이 문드러진 채로 살고, 우리 가정은 여기저기 많은 부분이 썩고 문드러졌지만.... 우리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이고, 하나님의 우리 가정의 삶을 인도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삽니다.  깊은 절망에서 더 깊은 희망을 노래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고 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삶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믿음 안에서 말씀으로 해석되는 인생,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세상의 질서와 가치가 우리를 해석하도록 허락하지 않고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과 계획이 우리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되는 겁니다.  문드러진 상처에서 믿음으로 꽃피는 우리들의 삶에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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