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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위에 상처 김나래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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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위에 상처

 

가끔씩 영화를 보면서 저 대사는 작가가 참 많은 고민을 하면서 썼겠다....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대사 한 줄이 상황을 요약하기도 하고, 영화 전체의 주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제가 오늘 소개할 영화의 대사도 그렇습니다.  2015년에 만든 ‘무뢰한’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김남길과 전도연이 주연배우였습니다.  당연히 두 사람이 애증의 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극중에서 범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이 형사인 정재곤(김남길)의 몸에 있는 상처들을 보면서 질문합니다.

 

“이 상처들은 다 뭐예요.  그냥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긴 거죠.  이거 다 기억나요?  기억해요?”  

 

정재곤이 대답합니다.  

 

“아니, 기억하기 싫어요.  상처 위에 또 상처, 더러운 기억 위에 또 더러운 기억......” 

 

두 사람은 그들이 만나기 전에 쌓인 상처와 더러운 기억들 위에 다시 고통스러운 삶의 상황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전의 상처와 기억이 오늘의 삶을 해석하고 답을 내릴 때.... 이전의 상처와 기억의 폭력성에 오늘을 맡겨버리고 맙니다.  영화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제가 이 대사를 기억하는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우리는 대부분 이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나무에 나이테가 그려지듯, 시간이 지나서 세상의 모든 기억들을 안고 굳어져서 각자의 색깔이 층으로 쌓인 퇴적암이 되듯.... 우리의 마음 속에는 상처와 더러운 기억들이 켜켜이 쌓이고 또 쌓여 있습니다.  그 단면을 잘라보면 오늘의 나의 정서가 보입니다.  심지어 복음을 만나고 난 후에도.... 내 안에 쌓인 상처와 아픈 기억들의 모양이 바뀌지 않습니다.  여전히 나는 새로운 상처가 될 만한,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을만한 일을 만날 때마다.... 그 하나의 사건이 아닌 이전의 모든 기억 위에 얹혀진, 그래서 하나의 상처가 아닌 일백의 상처로, 하나의 나쁜 기억에 대한 분노가 아닌 일백의 분노와 염려와 두려움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바울은 고린도에 쓴 두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였는데.... 싸이지 않았습니다. 답답한 일을 당했는데.... 굳이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핍박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버림당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를 거꾸러뜨렸습니다.  하지만 망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그가 억울한 피해를 당한 것이 맞습니다.  핍박을 받고 고난을 당한 것도 맞습니다.  거듭 이유를 알 수 없는, 혹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습니다.  상처 위에 상처가 덧입혀지고, 더러운 기억 위에 다시 더러운 기억이 쌓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핍박받되 버림당하지 않았습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났습니다.  환란과 시험이 없었다... 흑은 다 복수하고 응징했다... 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지금 세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세상은 그에게 고난을 주고 핍박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것에 대해 예수의 십자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항상 예수 죽인 것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도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고후 4:10)

 

바울은 지금 우리 성도의 인생의 전환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혹 세상이 우리를 분노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할지라도.... 우리가 예수의 십자가를 기억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은혜로 받은 구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위에 지금 내가 만난 분노의 이유, 핍박과 우겨쌈에 대한 기억을 놓아둡시다.  내 안에 쌓인 분노와 상처 위에 그것을 두면 1의 이유로 100, 1000을 분노하겠지만 나의 죄인됨과 구원의 은혜 위에 그것을 두면 1의 이유로 100과 1000의 감사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혹은 교회에서 세상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인데 왜 세상처럼 나를 분노하게 하느냐고 손가락질하기보다 나에게 숨어 있는 세상이 그에게도 있는 줄로 알아서.... 내가 받은 상처를 십자가 위에 둘 수 있어야 합니다.  상처와 나쁜 기억이 아닌 십자가의 은혜 위에 오늘의 상처를 둘 때 오히려 우리가 찬양하며 감사하며 더욱 헌신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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