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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생각" 김나래 202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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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생각

 

몇 년 전, 어느 여름날 아침에 교회당 사무실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혼자 앉아있었습니다. 아마 저의 생일이 가까웠던 것 같고...저는 그 생일이 지나면 나이 50이 되는 해였습니다. 50이라.... 제게는 친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일찍 소천하셨구요, 제게 남아 있는 외할아버지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제가 거제도에 있을 때.... 그러니까 4-5세 쯤 되었는데요, 제게는 늘 커보이고 연로하시고 존경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나이 50이 되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제가 기억하는 어릴 적 저의 외할아버지보다 제가 더 나이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20대 초반에 어머니를 낳으셨고, 어머니는 저를 23세에 낳으셨으니까요.... .... 내가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득 세월을 깨닫고 보니 소위 현타’(현실자각타임)가 밀려왔습니다. 특히 제게 목사로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나는 얼마나 더,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목사 아들로 자랐고, 목사가 되겠다고 말하면서 성장했고, 목사가 되었고.... 지금 내가 있는 것인데, 이대로 계속 살아도 좋은가....? 무엇인가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의미있는 목사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목회자로서 비즈니스를 경험하고자 했던 것도 같은 고민의 연장이었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면서 너무 삶의 현장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목회자로 교회를 섬길 수 있는 남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이 좀 바빠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들어서야.... 이제 꽃집을 정리해야겠다는 판단을 하면서 한국을 다녀올 마음의 여유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가기 전에 건강검진을 한번 받았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지내는 마지막 주간에 뭐 별 일이 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저를 검사한 의사는 2-3일 후 CT촬영과 조직검사를 받게 했고, 미국으로 돌아와서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아시는 대로 갑상선암 유두종이라고 했습니다. 1.2cm... 당장 어떤 좋지 못할 결과를 예상할 만큼 크거나 심각하지 않지만, 그리 작지도 않아서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을 권유한다고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지금 저는 15일에 한국으로 가서 18일에 예약된 의사를 만나고, 20일 오전에 수술을 합니다. 7일 정도 더 치료를 받고 29일에 미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가능하면 수술을 할까... 여러 권사님들의 도움으로 병원과 의사를 찾았는데 역시 미국에서는 시간이 좀 걸리구요, 특히 갑상선암이라는 것이 진행 속도가 느려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다행히 돕는 분들이 있어서 좋은 의사를 소개받았고, 일정이 잘 잡혀서 미국 출발에서 도착까지 딱 짜여진 치료 일정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기도해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저의 중심을 아시는 하나님께서 저를 조절하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목회자로서 남은 시간에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멈추고, 숨을 가다듬고.... 20년이 아니라, 15년이 아니라.... 단 하루라도 좋으니.... 하나님과 좀 더 깊이 교통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목회자로서의 저의 삶의 가치와 성과에 대해 판단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 저 자신이 아님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저의 기준과 생각으로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결국 더 연약한 모습만 드러나게 될 것임을 확인합니다. 모세처럼 동족에게 거절당하고, 하나님께 외면당하고, 적들에게 쫓겨다니기 전에 작은 질병을 통해서 멈추어 생각하게 하시고,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때와 방법을 묵상하게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때에 한국을 방문하고 점검하게 하시고 딱 견딜만한 질병을 통해서 저를 돌아보게 하시는 하나님의 참 놀라운 사랑의 손길에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저의 삶을 관통하는 두 생각, 하나님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일치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그 일치는 하나님과 제가 가운데로 생각을 모아서 이루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생각과 판단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따르고 순종할 때에 비로소 두 생각이 하나의 뜻이 됨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의 우리의 삶을 향한 거룩한 뜻 앞에 늘 순종하고 감사하는 우리들의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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