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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사람 김나래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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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사람

 

   이번 한국 방문 중에 꼭 만나야 할 친구, 민기를 만났습니다.  민기는 대학 동기이면서 지금은 부산 CBS의 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꼭 만나야 할 여러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민기는 이번 한국 방문 일정에 가장 중요한 만남이었습니다.

 

   민기는 저의 대학 시절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겨준 친구입니다.  입학하던 때부터 작고 당찬 표정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던 친구였습니다.  늘 재미있었고 때로는 의미있는 중요한 말들을 심드렁하게 툭툭 던지기도 하는 친구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왠지 저에 대해서만 좀 까다롭게 구는 것 같아서 조금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습니다.  민기는 목사 아들인데다가 나중에 목사가 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겁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민기의 아버지는 부산 수정동의 한 교회의 관리집사님으로 일하고 계셨고, 교회의 소홀하고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민기는 마음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순수한 신앙의 흔적이 그의 삶에 잘 자리잡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민기와 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 행동, 생각들에 대해 비판적이던 민기가 제게 던진 말은 “똑 바로 해라!”였습니다.  기왕 내 친구가 목사가 되겠다고 하니... 똑바로 하는 목사가 되라는 것이저에 대한 주문이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똑 바로 하는 것인지 그 당시에는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했었습니다.

 

   민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자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신학교에 들어가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민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응도야, 하나님 참...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너무 불공평하잖아....”  알고 보니 이제 자녀들이 성장하고 직장을 얻고 아버지를 잘 모실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 아버지께서 암 말기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민기는 하나님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아버지한테 이러시면 안되는거 아냐?”  민기의 불평에 대해 심정적으로 동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무어라 대답을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몇 달 있다가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술에 취한 것 같았습니다.  “응도야, 저 영감 좀 말려줘라... 아... 정말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다.”  암선고 받으셨고, 이제 3개월 정도의 생명이 예상되는 아버지께서 교회당 청소를 하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이제 곧 주님 만날텐데.... 이땅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하셨습니다.  자녀들이 아무리 말려도 굳은 마음으로 새벽부터 저녁까지 자신이 맡은 일들을 감당하려 하신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부지.... 저 양반을 우째 말리면 좋겠노?”  민기의 하소연이 딱히 답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 때부터 민기가 제가 이야기했던 “똑 바로....”의 삶에 대한 답을 아버지께서 주고 계셨습니다.  민기의 아버지는 저의 아버지가 되어 목회자로 똑 바로 살아야 하는 삶의 본이 되셨습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목사의 삶이 화려해보이고 관리집사님이 하시는 일이 낮아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차별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받은 사명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해서 섬기려는 그 마음이 ‘똑 바로’ 하나님께 전달될 것입니다.  

 

“민기야, 아버지.... 그냥 하시게 둬라.  너그 교회를 지키시는 분은 아버지시다.  목사가 아니라, 장로가 아니라.... 아버지가 그 교회를 지키시는 영성이다.  아버지 원하시는대로 하자.”

 

   그리고 지난 여름 오랜만에 민기를 만났습니다.  얼굴이 좀 좋지 않았습니다.  다시 심각한 일로 검진 중이라고 했습니다.  민기는 제가 8월 말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림프종암’으로 진단을 받았다고 제게 연락을 했습니다.  저도 친구들의 권유를 따라 종합검사를 받았고, 갑상선암이라고 진단받았습니다.  원한 것은 아닌데 같은 시기에 암 진단을 받고 함께 치료중입니다.

 

   하나님은 왜 이러시는 것일까요?  지난 주 민기를 만나서 서면의 한 찻집에서 옛날 이야기를 했습니다.  민기는 벌써 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답은 틀림없이 아버지에게서 나온 것이며 배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질병을 통해서 자신을, 그리고 저를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성도, 더 깊은 삶으로 인도하시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깊이 동의했습니다.  사람의 시간을 사는 우리가 하나님의 뜻으로 사는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과 시련을 만납니다.  사람의 시간을 얼마나 더 사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 시간에 얼마나 역사하고 인도하시는가에 답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민기의 치료의 과정에 신실하게 개입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이 시간은 하나님과 더욱 친근한 사귐을 나누는 시간이며 우리가 더 깊이 만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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