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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고마자라고마!” 김나래 202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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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고마자라고마!”

아시는 대로 저는 지난 여름 갑상선암을 발견했습니다. 갑자기 생긴 일이라 적잖이 당황했었습니다. 특히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가족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녀들은 직접 잘 설명하고 다독거릴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항상 염려하고 걱정하시는 양가 부모님들은 참 어려웠습니다. 저의 어머니께도 알려드리지 못했었는데.... 어머니께서 우리 교회 온라인 예배에 참석하셨다가 광고를 통해서 아시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가서 수술을 받고 회복하면서 어머니께 아주 혼이 났습니다. 문제는 처가에 어르신들에게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요즘 많이 편찮으셔서 충격을 받으실까 걱정했습니다. 아내와 처형들도 가능하면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나중에 수술 후에 좋아진 모습으로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입원 치료를 마치고 진해에 있는 여동생 집에서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경과가 좋아서 여기저기를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장인 장모님께서 저의 수술 소식을 아시게 되었다는 겁니다. 출석하시는 삼천포 교회가 제가 전도사 때에 교역자로 섬겼던 교회여서 여전히 저를 아는 성도들이 많습니다. 지난 주일, 저의 소식을 아는 성도들이 두 분 어르신의 손을 잡고는.... “장로님, 권사님.... 이목사님 수술 때문에 걱정 많으셨지요? 저희들도 많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라고 했다지 뭡니까?

전화를 드렸더니 아주 그냥 난리가 났습니다. 바로 운전을 해서 삼천포로 갔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에 처가에 도착했습니다. 장모님의 등짝 스매싱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와 아무 말도 안했노? 을마나 놀래고 걱정했는지 아나!!!”

무조건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수술을 잘 마쳤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오히려 제가 위로를 했습니다. 장모님은 수술 후에 제가 음식을 어느 정도 절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고, 흰죽이 제일 안전하다는 말을 들으셨다고 했습니다. 어마무시무시한 대접에 흰 죽을 가득 담아서 상을 차리셨습니다.

좀 묵어라... 마이 묵어야 빨리 낫는다.”

저녁 먹고 왔습니다. 벌써 9시 아닙니까?”

그래도 묵어야 산다. 좀 묵어라”“너무 늦었습니다. 배도 별로 안고프고요....”

순간 장모님의 눈에 섬광이 지나갔습니다. 고개를 제게로 돌리시면서 외쳤습니다.

무라고마!”

경상도에서는 명령어 뒤에 고마라는 말을 붙이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냥 먹어라!”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데, 앞 뒤 말을 좀 더 붙이면 잔소리 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고, 거두절미하고 먹어라!”의 뜻입니다. 물론 거역하는 순간....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금방 배가 빵빵해졌습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두 분께 이제 가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장인, 장모님께서 함께 물으셨습니다.

머라꼬? 간다꼬?”

안된다. 지금이 몇신데 또 운전을 한단 말이가? 자고 가라!”

제가 급하게 오느라고 잘 준비도 안해왔고.... 약도 안챙겨왔고.....”

안된다... 몸도 성치 않은데 밤에 어디를 간다꼬...”

괜찮습니다. 운전할 수 있습......”

다시 한번 장모님의 날카로운 눈빛이 번뜩였습니다. 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자라고마!”

처가의 아래채에 오랜만에 누웠습니다.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잘 준비된 잠자리에서 두 분의 사랑이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큰 사랑은 때로 이유가 없고 변명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묻지 말고 따지지 말고.... 그저 낮은 마음으로 순종하면 그 크고 깊은 사랑에 저의 마음이 젖고 몸이 잠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몸이 많은 나은 느낌으로 다음날 처가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마음은 더 넉넉한 사랑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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